[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16일 주요 채권단을 소집, 기업개선계획을 설명하기로 하면서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 계획, 자본확충 방안 등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태영건설에 자본확충이 시급한 만큼 채권단 출자전환, 대주주 감자 등의 방안이 기업개선계획의 핵심 안건으로 거론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주요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는 태영건설 PF사업장 59곳에 대한 실사 결과와 시공사 변경 및 경·공매 등 처리 방안, 자본확충 방안, 회사 경영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개선계획이 통과되려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산업은행은 이날 설명회에서 기업개선계획 결의를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 동의를 거쳐 이달 중 기업개선계획이 결의되면 한 달 내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태영건설에 대한 공동관리 절차에 돌입한다. 올해부터 금융당국 주도로 PF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태영건설 PF사업장 정리방안이 향후 전체 PF사업장 구조조정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게 금융권 시각이다.

기업개선계획 결의를 위한 핵심 쟁점은 자본확충 방안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356억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주주 무상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이 기업개선계획의 핵심 내용으로 거론된다.

무상감자는 누적 결손금이 커졌을 때 자본금 규모를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내는 방법으로, 워크아웃에서 통상 사용된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잃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예컨대, 지난 2013년 쌍용건설 워크아웃 당시 무상감자 비율은 50대 1이었는데, 이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 50주가 1주로 줄었다는 의미다.

부실기업에 대한 무상감자가 진행되면 대주주의 지분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통상 최대주주 지위도 변경된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경우 대주주 TY홀딩스가 무상감자 이후 진행되는 출자전환에 채권단과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TY홀딩스의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대주주 지위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금융회사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TY홀딩스가 태영건설 대여자금 4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채권단은 기존 채권 7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TY홀딩스는 자회사 매각을 통해 출자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앞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00억원을 태영건설에 빌려줬고, 블루원 골프장 자산 유동화를 통해 1400억원을 투입했다. SBS미디어넷 등 자회사 매각대금도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설명회 이후 이번주 말쯤 전체 채권단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이달 중으로 기업개선계획 결의를 위한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는 전반적인 기업개선계획 내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채권단의 입장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라며 "설명회 후 날짜를 확정해 이달 말까지 기업개선계획 결의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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