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소형원전 SMR···건설사 미래 먹거리로 '낙점'
차세대 소형원전 SMR···건설사 미래 먹거리로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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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외 다수 원전 설비 구축 경험있는 건설사에겐 진입장벽 낮아
정부, K-SMR 예산 9배 증액·2028년 개발 완료 목표···3개 건설사 참여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현대ENG 등 글로벌사와 업무 협약 활발
현대건설이 현재 개발 중인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현재 개발 중인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소형원전모듈(SMR·Small Modular Reactor)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맺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SMR이 설비 구축 사업인 만큼 건설사의 참여가 필수적인데다가, 주택 경기 침체 속 대안이 될 수 있는 미래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모듈러 방식으로 한 용기에 담아 만든 소형 원자로다. 대형 원전 대비 3분의 1수준(300MW)의 전기를 출력하지만, 건설 공사 기간이 짧고 기존 원전처럼 냉각수가 필요치 않아 바닷가가 아닌 내륙 어디든지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사들이 SMR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이미 국내외 다수 원전 설비 구축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에게 SMR 시장 진출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더욱이 SMR은 수소 생산 설비로도 활용 가능해 이미 수소 사업에 뛰어든 다수 건설사에겐 매력적인 추가 투자요소가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세계원자력협회는 2035년까지 SMR 시장이 6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SMR 관련 R&D(연구개발) 예산을 9배 늘리겠다고 밝히며 2028년까지 한국형 SMR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내 건설사 등은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 중인 혁신형 SMR의 사업화에 참여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미국 최초로 SMR을 만든 뉴스케일파워사에 70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와 협업을 진행하며 SMR 글로벌 시장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달 루마니아 SMR 개발사업에 5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루마니아 도이세슈티 지역 화력발전소를 총 462MW(77MW급 6기) 규모 SMR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9년부터 상업 운영이 목표다. 회사는 기본설계와 설계·조달·시공(EPC) 수행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현대건설은 미국 SMR 개발사 홀텍(Holtec International)과 독점 계약을 맺고, 원전 밸류체인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SMR 2차계통에 대한 상세설계와 시공은 현대건설이 모두 맡는다. 양사는 미국 펠리세이드 원전 부지에 첫 SMR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영국 SMR 사업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현재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SMR 프로젝트 경쟁 입찰전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6개 사로 좁혀진 '숏리스트'에도 포함됐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최종 선정 시 2030년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DL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에 2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엑스에너지는 물이 아닌 새로운 냉각재를 적용하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를 연구한다. 또한 DL이앤씨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SMR 사업을 접목해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한전 KPS와 글로벌 SMR사업과 시운전·유지 보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글로벌 SMR 플랜트 사업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형 SMR 해외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SMR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사업개발과 자금조달, EPC를 담당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설계와 인허가 등의 지원 업무를 맡는다. 양사는 캐나다 앨버타주(州) 정부와 SMR 건설사업을 위한 협약을 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규모가 더 작은 10MW 이하의 MMR, 즉 초소형 모듈 원전(MMR)에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SMR 모델인 'i-SMR 개발 과제 및 사업화'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 관련 민관 협력 업무협약에 대표 건설사 중 한 곳으로 참여해 SMR 등 차세대 원자로 공동 기술 개발과 기술 이전, 인허가 획득,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SMR 사업을 통해 2030년 이후 청정 에너지인 '핑크수소' 생산·판매까지 확장하는 사업모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국내 대형 건설사는 SMR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부분은 리스크로 꼽힌다. 또 기존 원전을 300MW급 SMR이 대체하려면 더 많은 수의 SMR을 건설해야 하는데 비용과 지역 선정·주민 설득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가 해외 SMR 사와 지속 협력하는 이유는 적어도 해외에서 추진하는 SMR 사업이 크게 성공하고 상용화돼야만 국내에서도 SMR 사업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도 "대형 원전보다 안정성 면에서 우수한 만큼 국민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SMR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수급이 필요한 상황인데 SMR이 전력망을 감당할 수 있는 하나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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