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소극적인 국민은행
[기자수첩]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소극적인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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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최근 선보인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서비스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을 낮춰주겠다는 '대환대출 플랫폼'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국민은행의 이런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1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은 복수의 '대출비교 플랫폼(핀테크)'과 제휴를 맺고 자사 주담대·신용대출 상품을 입점시켰다. 국민은행은 플랫폼 단 한 곳과만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은행별 플랫폼 입점 현황을 보면 지난 9일 첫 선을 보인 '주담대 갈아타기'의 경우 △신한은행 4곳(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에이피더핀) △하나은행 4곳(네이버페이·토스·뱅크샐러드·핀크) △우리은행 2곳(네이버페이·핀다) △농협은행 2곳(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은 카카오페이 한 곳에만 자사 주담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1일 출시된 '신용대출 갈아타기'의 경우 △하나은행 5곳(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핀다·핀크) △우리은행 3곳(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핀다) △신한은행 2곳(카카오페이·토스) △농협은행 2곳(카카오페이·토스)이었지만, 국민은행은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에만 신용대출 상품을 입점시킨 상태다.

애초 은행들은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핀테크사에 자사 대출상품을 제공하길 꺼렸다. 고객을 빼앗기거나 플랫폼사와의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플랫폼 안에서 다른 경쟁 은행들과 직접적으로 금리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참여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도 한편으로 이해되지만, 차주들이 감내하는 고통의 수위를 감안한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플랫폼 2개 이상씩에 들어간 주요 은행들과 비교하면, 신용대출 대환 때도 그렇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플랫폼 참여를 강제할 순 없지만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자는 대환대출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국민은행의 태도가 아쉽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주택금융' 전통 강자답게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크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대규모 가계대출을 통해 이자를 쏠쏠하게 벌어들인 국민은행이, 정작 이자절감을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같은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KB스타뱅킹에서 주담대 갈아타기를 완료한 고객 전원에게 첫달 대출이자를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고, 한도·금리 등을 조회한 다른 금융기관 주담대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명에게 현금 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같은 내용의 대출이동서비스 빅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대고객 이자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상생경영' 추진 실행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ESG본부와 ESG기획부가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됐다. 지주사인 KB금융지주도 상생금융 실천 전담 조직을 신설하면서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상생금융은 은행들이 모두 올해 주요 경영목표로 제시한 핵심 키워드다. 국민은행의 조직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단행됐을 것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의 출범 목적처럼 금융소비자 이자절감이라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대한 많은 금융회사들이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대출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상생'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고객이 한 명이라도 더 혜택을 볼 수 있다면 그게 '상생의 가치'이지 않을까. 국민은행이 '상생금융' 목표에 걸맞는 실행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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