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무줄' 부동산 정책, 그 피해는
[데스크 칼럼] '고무줄' 부동산 정책, 그 피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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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을 동결하고,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빠른 현실화 계획으로 시세 급등에 현실화율 인상까지 반영될 경우 국민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는 모든 부동산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 비율을 점차 높여 2035년에는 시세의 90%까지 반영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75.6%까지 반영하려던 아파트는 시세의 69%, 77.8%까지 반영 예정이던 토지는 65.5%로 반영 비율이 낮춰졌다. 이는 현실화 계획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이다.

특히, 현 정부는 기존의 현실화율 계획을 따라갈 경우, 고가 주택과 토지 소유자가 더 큰 부담을 지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고가 공동주택(9억원 이상)과 토지에 대해서는 빠른 시세 반영을, 저가 공동주택(9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균형성 제고를 우선적 목표로 설정해 공시가격이 공정하게 산정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실제 집값을 반영해 과세 형평성을 강화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현실화율 동결로 수혜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보게 됐다. 일례로 현재 시세가 29억5000만원으로, 연초보다 떨어진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내년 보유세 추정액은 862만원으로 올해(883만원)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이번 발표로 정부의 정책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공시가격을 동결한 것도 정책의 방향성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말에 임의로 현실화율을 결정하는 땜질 처방을 반복하게 되면서 조세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이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족으로 서민들이 복지 축소 피해를 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일단 내년 1월부터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국민 조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편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외에도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정책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예측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값이 너무 올라 보유세 부담이 예기치 못하게 커지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긴축재정 기조 가운데 세수 경고등 등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정권의 부침에 상관없이 경제환경 변화에도 탄력대응(anti-fragile)할 수 있는 정책 일관성과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국민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주택 시장이 빠르게 안정화 될 수 있도록 현 정부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개편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나민수 산업2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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