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붙인 '전세 종말론'···전문가 "인위적 통제는 무리"
정부가 불붙인 '전세 종말론'···전문가 "인위적 통제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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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평생 대출 갚으면서 살거나, 급등한 월세에 허덕"
전문가 "월세만 존재한다면 월수입 상당수 주거비로 소요"
지난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전세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전세 폐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빌라왕, 건축왕 등이 벌인 사기 사건이 벌어지면서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전세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진 탓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재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올 하반기 임대차 3법 개정을 포함한 전세제도 개편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갭투자를 조장하고, 전세 대출과 조직적 사기 범죄 등 (전세제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전세 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정책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나서 전세제도 전면 개편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전세제도가 없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가운데, 반대 여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 A씨는 "전세제도 폐지는 임대차 3법보다 10배 이상 충격이 올 수 있는데 신중하고 충분한 연구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 B씨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매매, 월세로만 억지 재편하면 엄청난 시장 왜곡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은행에서 90%씩 빌려 매매 계약을 한 뒤 평생 대출을 갚으면서 살거나, 최소 1.5배 급등한 월세를 내고 그마저도 직업과 소득 수준을 증명해 면접까지 봐서 들어가야 하는 현실을 겪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역시 전세제도 폐지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50년이 넘도록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해 온 전세제도를 폐지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랜 기간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고 수요가 있는 제도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전세 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금이 전세자금 대출이 아니라 오롯이 본인의 돈이라면 여전히 임차인에게는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며 "만약 월세만 존재한다면 월수입의 상당수가 주거비로 소요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고 부연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 제도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 전세 물량을 공공에서 커버해 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월세만 남게 되는 것도 당장 임대인, 임차인 모두에게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원 장관의 발언은)사기나 역전세 등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강조하기 위한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 장관은 간담회 현장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와 관련해 '에스크로'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에스크로는 전세 거래 시 금융회사에 전세보증금을 맡겨 안전 결제를 보장하는 제도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보증금을 이미 일종의 무이자 대출로 인식하고 있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적잖은 반발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당장 전세 사기 특별법 통과가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경우 전세금 30% 정도를 이자만 받고 HUG에 강제 예치하게 한 뒤 전세 사고가 생기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등의 에스크로 도입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전세제도가 유지되는 한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상존할 수 있는 만큼 임대차 표준계약서 특약 적극 활용 교육이나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이 연구위원은 "에스크로 계좌는 지마켓이나 옥션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는 적용할 수 있겠지만 전세에 전면 작용하는 것은 좀 더 논의·검토 여지가 크다"며 "임대인은 일종의 무이자 대출처럼 전세금을 받아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고, 임차인의 입장에서 전세금 보호는 기존 전세보증보험같은 제도를 적용해도 되기 때문에 굳이 추가적인 규제를 더 만들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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