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물가안정과 성장,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의 (단기적) 상충관계가 첨예화된 것으로 보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주상영 금통위원은 20일 이임사를 통해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책무로 삼되, 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금융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제 재임기간이 전 인류가 곤경에 처한 시기와 겹쳤다.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은 물가에 영향을 줬지만, 그 원인을 단순히 수요·공급의 개념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책대응 방향이나 강도에 있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재직 내내 했다"고 소회했다.
다만 주 위원은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간의 정책 대응과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한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기영 위원 역시 이임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저를 금통위 개최 횟수 대비 기준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사람이라고 한다"며 임기 중 진행된 고강도 긴축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박 위원은 "어제 취임사를 다시 봤는데, 그 내용이 최근 제 발언들,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놀랐다"며 "다만 그 고민의 밀도와 깊이가 훨씬 깊어졌다. 저는 한은 재직 기간 대비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임기를 마친 주상영·박기영 금통위원은 각각 대학교수로 돌아간다.
두 위원의 후임으로는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박춘섭 전 조달청 청장이 내정됐다. 차기 금통위원들은 오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