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LG, 삼성-현대차 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기자수첩] 삼성-LG, 삼성-현대차 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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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2021년부터 두 회사의 동맹설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지난해 말 흐지부지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올해 OLED TV를 국내 10년 만에 재출시함에 따라 협력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삼성과 LG는 태생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LG전자가 자사 노트북PC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하면서, 협력의 물꼬를 텄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이 동맹도 두 회사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적자인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해 수익을 확보하고,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세계 프리미엄 TV 지배력을 넓힐 수 있다.

삼성-LG 만큼이나 힘겨운 협력 관계가 삼성과 현대자동차다. 지난 2021년 자동차 반도체 수급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기업의 협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거 적대적이었던 두 회사이지만,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의체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두 기업의 협력 얘기는 쏙 들어갔다.

최근 모 행사장에서 삼성전자 임원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기업이자, 세계 톱3인 현대자동차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가르쳐가며 성장했다면, 현대차도 큰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했다면 초반에 조금 힘들었더라도 서로 윈윈 했을 거라는 얘기다. 미래 먹거리로 급성장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매우 미미하다.

차량용 반도체 협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 시장 확대를 위해 두 기업 모두 차량용 반도체는 필수다. 테슬라는 이미 자율주행차 전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한다. 그만큼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반도체 기술력 싸움이 될 것이란 소리다.

최근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술력 강화를 위해 수십 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적극적인 기업간 협력 없인 활로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거의 경쟁관계라는 허울을 벗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주력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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