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반도체법은 철저한 '자국우선법'···尹대통령 방미 이유 명확해졌다
美 IRA·반도체법은 철저한 '자국우선법'···尹대통령 방미 이유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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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IRA 세부지침 통해 GM·테슬라 등 자국 전기차에만 보조금···현대차와 기아 제외
앞서 반도체법 세부지침 통해선 현지 투자 보조금 받으려면 영업기밀까지 제공하라 규정
"윤 대통령,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서 동맹국에 대한 외교 경제 성과 반드시 얻어내야"
윤석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미국이 자국산업 부흥을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내세우며 한국 반도체와 전기차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국고 보조금 지급을 명목으로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요구하거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기업을 전격 제외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내세운 IRA나 반도체법 등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맹국 기업마저 견제하며, 자국 기업에만 유리한 기회를 부여하는 '자국 이기주의'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같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된 만큼, 오는 24일 미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IRA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 할지라도 올해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시에도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지에서 조달한 광물로 현지에서 조립한 배터리를 사용하며, 현지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기차에는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IRA 세부지침으로 국고 보조금을 받게 되는 전기차는 모두 GM, 포드, 스텔란티스,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며,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배터리를 사용했다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독일의 폭스바겐·BMW 등을 비롯해 일본 닛산 등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비해 GM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 중 대다수가 7500달러 보조금을 받게 됐다.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도 지급 대상이며,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등 6개 차종도 보조금을 받게 됐다.

미 NYT는 이날 미 재무부의 보조금 수혜 차종 발표 후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규제 강화로 당분간 미국 이외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 WSJ는 미 정부 조치로 GM·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승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총 55억 달러를 투자해 2024년까지 연간 30만대 생산능력의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현재로선 이 공장이 건설되기 전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특별법을 만들어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약 200억 달러 안팎을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 보조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직접 보조금은 8억5000만∼25억5000만달러(약 1조1000억∼3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보조금(인센티브) 신청 절차 세부지침에 따르면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생산 첫 해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에는 수율의 경우 민감한 영업 기밀이다. 현재 버전의 반도체 수율을 알게 되면 마진이나 향후 영업 전략 등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같은 자료는 단순히 숫자가 아닌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소재, 소모품, 화학품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공공요금,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써내야 한다. 또 질소·산소·수소·황산 등 소재 별로 비용을 산출하고, 인건비도 엔지니어와 기술자·관리자 등 직원 유형별 고용 인원을 기입해야 한다. 

또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 기업이 거둔 수익의 최대 75%를 미 정부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영업기밀까지 제공하면서 보조금을 신청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업계는 미국의 보조금 세부지침이 너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재계는 오는 24일 윤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국내 기업에 불리한 지침을 완화해 원활하게 보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외교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한국 기업들이 대신 지불키로 하는 큰 외교적 손실을 보면서도 일본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또 미국 정보당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따져물을 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에 유리한 외교적,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국내 지지도는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기업만을 위하고,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국에도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런 점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우리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부경대 서창배(중국학과) 교수는 18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차이나비즈니스(BCB) 조찬포럼 강연에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가 제외됐다"며 "이는 미국의 중국 견제보다는 자국내 점유율 상위 업체인 한국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IRA가 중국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미국 내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외국기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본질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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