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기준 불명확"···소비자 외면에 농가 피해 '막심'
"판매 용기에 품종 기재하자" 의견 등장···실행 어려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품종 방울토마토와 관련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신품종을 배제한 시중 유통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쓴맛이 나면 먹지 말라'는 식의 어설픈 발표를 내놓은 게 화근이다.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들은 방울토마토 구매 손길을 끊었고, 농가 피해는 크게 불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방울토마토를 먹고 구토나 복통이 발생한 이유로 덜 익은 토마토에 있는 토마틴(Tomatine) 성분을 꼽았다. 특정 품종(HS2106) 토마토가 수확 전 숙성 단계에서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서 식물의 자기 보호물질 토마틴이 많이 생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마틴은 토마토 생장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로, 통상 성숙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만 해당 품종에선 충분히 익은 후에도 남아있어 문제를 일으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농식품부·식약처, 안전성 검증 부족=다만, 정부는 'HS2106'라는 특정 품종 이외의 토마토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 불안감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명확한 안전성 검증과 소비 위축을 막을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쓴맛이 나는 경우 먹지말라는 말만 할 게 아니라 다른 품종에 대한 안전성까지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성분 문제가 품종 때문인지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선제적 검사 대신 신고가 있어야만 조사를 한다며 먹거리 안전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식품 담당 대변인은 "다른 토마토에 대한 구토 사례는 없었고, 이번 조사 역시 신고가 들어와서 진행하게 됐다"면서 "지난해에도 방울토마토 접수 신고가 있었나 살펴봤지만 특이 징후가 없었다"며 품종 문제라고 특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신고가 오면 추가 조사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담당 대변인은 "처음 식중독 의심 사례 신고가 들어와 원인을 보기 위해 미생물, 농약 검사를 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다만 의심 신고가 들어온 토마토 품종이 모두 같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외 논문을 살펴본 결과 토마틴 성분이 쓴맛 내는 원인이고, 구토 유발할 수 있다는 자료를 발견해 의심이 된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이렇다할 소비자 피해 방지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소비자 섭취량이 많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바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라고 했지만, 그 기준은 없다. 식약처 대변인은 "사람마다 키, 몸무게, 여러 조건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특정짓기 어려기 때문에 통상 디저트로 제공되는 양보다 많은걸 말하는 수준"이라며 "보통 급식으로 제공될 땐 많은 양이 제공되진 않는다"고 했다.
◇구매자 줄고 도매가 80% 뚝=이처럼 정부가 방울토마토 안전성을 명확하게 담보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목하고 있다. 주요 맘카페에선 해당 품목의 유통을 우려하면서 '아이들은 모르고 먹을 수도 있으니, 당분간 안 사겠다'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충남 논산농업기술센터 담당자에 따르면 해당 품종은 정부의 출하 제한 조치 명령 및 자진 회수 권고가 이뤄진 이래 유통 길이 막혔다.
소비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농가 피해도 막심하다. 전북 익산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마치 모든 방울토마토를 먹으면 구토 증상을 일으키는 거처럼 비쳐져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며 "날씨가 풀리며 물량이 넘쳐나지만, 가격은 전주에 비해 50% 이상 폭락했다"고 하소연했다.
방울토마토 가격은 지난달 30일 정부의 신품종 출하 제한 발표 이후 크게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방울토마토 가락동 도매시장 도매가 자료를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 특품 도매가는 5kg당 6만109원이었으나, 이달 8일 기준 1만9614원으로 67.3% 폭락했다. 같은 기간 상(上)품은 5만2848원에서 1만2712원으로 75.9%, 중품은 4만8190원에서 몇천원대(9325원)로 80%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와 방울토마토 농장주는 플라스틱 판매 용기에 품종명을 기재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품종이 확인되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품종 표기는 농산물 표준규격품으로 판매될 때만 하게 돼 있는 데다 마트에 유통되면 소쿠리나 소포장으로 옮겨 담기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