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GC라이프앤진과 '321' 대화법
[기자수첩] KGC라이프앤진과 '321'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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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몇해 전 알게 된 대화의 요령이 있다. '321' 법칙. 3분간 듣고 2분간 맞장구를 친 뒤 1분간 말하라는 대화법으로, 요지는 말하기보다 더 듣는 데 시간을 쓰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화를 잘하기 위해선 멋들어지는 말을 마구 내뱉기보단 귀를 열라고 한다. 

지난해 말 이 법칙을 꼭 알려주고 싶은 기업을 봤다. 당시 KGC라이프앤진은 일부 대리점주들과 온라인 방문판매 모델 적용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었다. 본사 측은 오프라인 방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점포들을 계속 유지하는 게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가볍게' 온라인 도입에 대해 대리점주들과 얘기해왔고,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의견 충돌이 생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가벼운 자세가 독이 됐다. 점주들은 본사가 사업 구조를 손보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대리점 정리 수순을 밟는 '갑질'을 벌인다며, 시위에 나섰다. 본사는 온라인 신사업 설명회를 여는 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점주들을 배제하며 차별하기도 했다. 충분한 대화도, 상황을 인지할 시간도 없이 2주 만에 점포를 정리하라는 일방적이고 강경한 태도에 점주들은 뿔이 났다. 

소비자와 본사 간 다리 역할을 하는 대리점주는 기업의 첫번째 소비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본사는 그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청해야 한단 뜻이기도 하다. 적은 수의 소비자 목소리라도 담기 위해 고객 센터를 키우고, 직접 제품 개발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게 시장의 큰 흐름이다. 그러나 KGC라이프앤진은 시장 구조라는 외부 요인을 고려한답시고, 정작 소비자 손을 놓아버린 게 아닐까.

협업, 같이의 가치가 대두되는 시대 속에서 특히 방판 사원이라는 매개자가 있는 사업 구조에선 충분한 듣기가 필요하다. 플랫폼만 바꾼다고 쉽게 소비자 마음을 얻을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그만큼 인재 돌보기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매개자를 비롯한 소비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귀를 닫은 기업에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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