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SVB사태 확대 시 非은행권 금융불안 확산
[금융안정보고서] SVB사태 확대 시 非은행권 금융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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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자산구조·규제 영향으로 국내 전이 가능성 낮아
비은행 등 취약 부문 신용·유동성 리스크 확대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확대될 경우 비은행 등 일부 취약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SVB 사태의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의 파급력이 확대되면서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일부 부문의 신용·유동성 리스크 역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은행은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SVB 등과 관련된 국내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크지 않다"며 "국내 금융기관은 SVB와 자산 구조가 상이하고, 각종 규제로 유동성·건전성 상황이 비교적 양호하다.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후 예금자 보호조치에 들어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SVB 사태 이후 암호자산 거래 관련 시그니쳐은행이 폐쇄됐으며,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자금조달여건과 자산구조가 취약한 미국 중소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조정되는 등 은행 유동성 위기가 재부각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SVB 파산 직후 변동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 정책당국의 빠른 대응과 연준 긴축완화 기대감 등으로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시장내 위험회피심리 확산도 제한되고 있다 평가했다. 실제 지난 1월 중 국내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은 132.5%로, 규제비율(8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구조도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제한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총자산 중 채권 비중은 △일반은행 18.1% △저축은행 4.8% 등으로 SVB(56.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도 IFRS17 시행 등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일반은행 만기보유채권의 미실현 손익을 반영하더라도 자본비율이 1%포인트 내외에서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여건은 SVB 사태와 같이 운용자산 손실 확대→뱅크런→유동성 부족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SVB 사태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SVB사태로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SVB 등 미국의 중소형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로 기관들의 현금확보 수요가 늘면서 달러화 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단기자금시장의 경색도를 나타내는 FRA-OIS 스프레드가 15일 기준 0.6%포인트 수준까지 상승하며, 코로나19 발생 초기(0.8%p 수준)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은행시스템에 대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고위험가구, 건설업종 기업, 한계기업,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비은행금융기관 등 취약부문의 위험도는 더욱 높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대외 불안 시 국내 금융불안이 확대되며 취약부문의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며 "또한 대외부문 불안 가중시 스타트업, 가상자산, 핀테크 등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가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요국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과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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