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배상 韓기업 변제 발표에 "경술국치" 피해자·野·시민단체 강력반발
징용배상 韓기업 변제 발표에 "경술국치" 피해자·野·시민단체 강력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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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법 판결에 따라 징용 피해자 15명 등에 지급할 배상금 韓기업 기부금으로 변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해자 짓밟는 2차 가해, 대법 판결과 배치하는 폭거"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동냥처럼 주는 돈 받지 않는다", 3자 변제 무효 소송 등 논란 커질듯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대신 지불하기로 했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이러자 강제징용 피해자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시민단체 등이 "당장 이번 제3자 변제 방식의 피해배상 해법을 철회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이 물어야 할 배상금을 제3자가 대신 내는 것에 대한 무효 소송 등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게 정부 입장의 골자다.

재단은 포스코, 한국도로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지불할 계획이다. 재단 측은 이들 기업에 기부금을 요청하진 않고, 자발적 기부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입장이 나온만큼, 기업들 입장에선 자발적이 아니라 암묵적 압박에 따른 기부를 해야 하는 처지다.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총 15명이 일본 전범 기업들로부터 약 40억원의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 또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 9건을 비롯해 국내 법원에서 다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피해 배상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전범 기업 대신 국내 기업들이 대신 배상금을 변제하는 정부 입장 발표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이 결국 역사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는 2차 가해이며,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며"도대체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입니까. 국민은 이 굴욕적 배상안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되었던 위안부 졸속협상을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모든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제동원 사죄·전범기업 배상촉구 의원 모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정부 해법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제동원 사죄·전범기업 배상촉구 의원 모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정부 해법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또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104년 전 이완용과 을사오적이 일본총독과 했던 경술국치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어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다. 국민으로서 수치스럽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 발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또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 피해자 대리인단은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 비판하면서, 정부 해법에 동의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채권 소멸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동의하지 않는 생존 피해자 3명 등과는 일본 기업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양 할머니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정부의 발표를 들은 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그 돈을 안 받아도 배고파 죽지 않는다. 노인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보지 마라"고 말했다.

한국 재단이 대신 주는 배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김성주 할머니 등은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에 대한 한국 재산 강제 매각을 그대로 진행하고, 이를 통해 배상금을 받겠다고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정부 3자 변제 해법 발표에도 한일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은 진정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으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 발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 발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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