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외환전망③] 달러에 휘둘리는 유로···반등 언제?
[2023년 외환전망③] 달러에 휘둘리는 유로···반등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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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붕괴된 '패리티'···달러 대항마, 약세 전환
보합권에서 내년 강세로···"국내 영향은 제한적"
EU 유로화 (사진=픽사베이)
EU 유로화 (사진=픽사베이)

지난 한해 외환시장은 지각변동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세계 각국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그 결과 세계 각국은 통화를 둘러싼 '역(逆)환율전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승자인 달러의 가치는 폭등한 반면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물가의 기세가 꺾이며 세계의 이목은 긴축 속도에서 경기로 쏠리고 있다. 특히 역환율전쟁의 불확실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각국 외환시장을 전망해보며 올 한해를 가늠해본다. /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유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통화로 꼽힌다. 실제 기축통화로 꼽히는 달러의 가치 산정에 있어 57.65%를 차지하고 있으며, 달러를 대체할 준기축통화로 꼽힌다. 특히 근 20년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유로화의 위상은 공고했다.

그러나 이런 공식은 지난해 무너졌다. 유로 가치는 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유럽중앙은행(ECB)의 뒤늦은 긴축은 유로존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그 결과 유로는 달러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약한 통화가 됐으며, 여전히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올해 유로화를 전망해 본다.

◆유로·달러 환율​,​​​​​​ 20년 만에 '패리티' 붕괴

지난해 7월 12일 유로·달러 환율이 장중 유로당 0.9998달러를 기록,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달러 대비 열위로 돌아섰다. 이른바 '패리티(parity, 유로·달러 가치 등가)'의 붕괴다.

지난 1999년 유로존 출범이래 유로화는 실체 없는 개념적 결제통화로 2년간 사용됐으며, 2002년 말까지 유로당 8.4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 대비 심각한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유로화가 공식 사용된 이래, 유로는 달러 대비 꾸준한 강세를 유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유로당 1.58달러라는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며,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 당시에도 유로당 1.17달러선이 유지되는 등의 저력을 보였다.

물론 2014년 이후 유로화도 점차 약세를 보였다. 2014년 중반까지 1.3달러 이상을 유지했던 유로·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2015년 4월 중 1.05까지 하락하면서 1년간 23.8%나 절하된다. 이는 당시 ECB가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해소하고자,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0.05%)으로 인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달러 대비 유로 가치의 우위는 유지됐다.

이처럼 공고했던 유로화 가치가 무너진 이유는 팬데믹 이후 발발한 역환율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년 만에 금리를 인상, 지난해 12월까지 불과 10개월 만에 4.25%포인트라는 초공격적 긴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작년 초 95선에 머물던 달러인덱스는 9월 들어 115선에 근접하며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월 6.5%까지 꺾였다.

반면 ECB는 지난해 7월 들어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금리인상 폭도 지난해 2.5%포인트에 그쳤으며, 작년 말 기준 미국(4.25~4.5%)과 유로존(2.5%)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2%포인트에 달했다. 자본은 높은 수익률을 따라 유로존을 이탈했으며, 유로 가치는 점점 패리티에 근접해 갔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 에너지 대란이다.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를 공급하는 공급관 '노드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제재의 보복성 조치다.

유로존 에너지원의 24%를 차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유로존 경기에 전방위적 타격을 입혔다. 실제로 작년 10월 유로존 물가는 1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결과 유로 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해 지난해 9월 말 유로당 0.96달러라는 기록적 약세를 보였다.

◆연준에 좌우되는 유로, 경기와 함께 추락한 위상

해당 약세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패리티를 회복, 현재 1.0718달러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새 유로·달러 환율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최근 1년새 유로·달러 환율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그러나 유로화 가치가 일부 회복된 것에 비해 유로화 위상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평이다. 정확히는 유로화 가치 상승이 유로존 경기 회복세가 아닌 연준의 통화정책에 좌우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유로 반등의 중심엔 미 CPI 둔화세가 자리한다. 앞서 미 CPI 상승률은 8%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10월 7.7%로 한달새 0.5%포인트 둔화됐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1일 달러인덱스는 110선에서 하루만에 106선으로 곤두박질쳤으며, 원·달러 환율 역시 하루만에 59.1원이나 폭락한다. 11월 초 0.975달러였던 유로 가치도 11일 1.0345달러선까지 반등하게 된다.

이후 연준은 금리인상폭을 11월 0.75%포인트에서 12월 0.5%포인트로, 이달에는 0.25%포인트로 좁히는 등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그러나 ECB는 이달 금리인상폭을 0.5%포인트로 유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음달 회의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는 등 긴축 고삐를 조였다.

당시 유로·달러 환율은 FOMC(2월 1일, 현지시간) 직후 1.1달러를 돌파하지만, ECB의 빅스텝 결정(2월 2일) 직후 1.089달러로 오히려 하락했다. 금리 인상이 자국 통화 강세 재료로 소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 이는 ECB가 시차를 두고 연준을 뒤따를 것이란 점이 오히려 달러 강세 재료로 소화됐기 때문이다.

유로존 내 팽배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는 현상)' 우려 역시 변수다. 미 CPI 상승률이 지난해 9%대에 지난 1월 6.5%까지 축소된 반면 유로존 CPI 상승률은 8.5%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ECB의 긴축 당위성이 아직 남았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경기 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로, 미국(2.1%)과 중국(3%)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중국을 제친 것은 1974년 이후 약 50년 만에 처음이다.

해당 성장세에 대해 시장은 올해 경제성장 몫까지 당겨왔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고강도 금리인상, 중국은 '제로코로나' 등으로 지난해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유로존은 이른 위드코로나 전환을 통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작년에 누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올해 유로존 경기 모멘텀이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로 각각 1.4%, 5.2%를 전망한 반면, 유로존은 0.5%에 그쳤다.

◆당분간은 보합권···추세적 강세는 내년으로

현재 시장에서는 유로의 추세적 상승세를 전망하고 있다. 다만 ECB의 긴축사이클과 올해 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당분간은 보합권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먼저 김승혁 NH선물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유로·달러 환율 상단을 1.14달러, 하반기 1.2달러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유로화 반등은 상승세가 아닌 되돌림에 가깝다"며 "경제면에서 저점을 확인한데다, 날씨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경제 펀더멘탈이 회복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중국 수요 회복세, 여름철 에너지 리스크 등이 변수지만, 추세적으로 올해 유로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면서 "다만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간극이 있는데다, ECB의 피벗(정책전환) 시점은 내년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리스크가 많이 해소됐지만 구조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펀더멘털 역시 회복세라 단정키 어려우며, 아직까지 유로는 달러와 연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연준의 긴축은 마무리 수순이고, ECB의 긴축은 아직 유효하다. 다만 양측의 금리격차를 고려하면 최근과 같은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유로화는 보합권인 1.07~1.08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이다. 이후 달러 흐름에 따라 3분기는 하락, 하반기는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유로화 반등은 연준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인식 때문이다. 경기침체,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잔존한 인플레이션 등은 유로화 약세 요인"이라며 "향후에도 유로화는 유로존보다 미국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영향을 좀 더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유로·달러 환율은 펀더멘탈과 주변국 신용리스크 측면에서 당분간 강한 반등은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연준과의 상대적 통화정책 강도 측면에서 연말 가격은 현재 수준보다 높을 것이다. 중국 경제반등 강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로화 강세, 유의미한 영향은 '글쎄'···"달러 대 非달러 심화"

이 같은 유로화 강세는 원화와의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유로 환율의 경우 지난해 7월 유로당 1318.63원까지 떨어졌으나, 10월 23일경 1416.33원까지 반등했다. 해당 시점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돌파한 시점 근처다.

독일 베를린 거리 (사진=픽사베이)
독일 베를린 거리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미 연준의 긴축 압력이 낮아진 11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1333.87원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1355.18원선까지 반등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유로화 변동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내 에너지 대란 등으로 인한 고물가가 이어지며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국을 제외한 유로존 수출 비중은 10%, 수입 비중은 9.3%로 나타났다.

또한 유로존과의 무역수지는 △2019년(-43억8000만달러) △2020년(-76억3000만달러) △2021년(-23억2000억달러) △2022년(-8억달러) 등으로 장기간 적자를 기록해왔다.

반면 해당 기간 월말 기준 평균 환율은 △2019년(1303.64원) △2020년(1351.33원) △2021년(1354.02원) △2022년(1357.67원) 등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유로존 내 경기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해 무역적자 폭이 좁혀진 것은 방역조치 해제로 자동차 수요 등이 늘어나는 등 선제적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로존에 대한 상위 수출 품목은 △자동차(12%) △일반기계(11%) △석유화학(7%) 등이다. 특히 국내 전기차 등을 주력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비중은 3% 미만이다.

달러 대 달러 외 통화의 동조화로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외환시장은 달러와 달러외 통화로 양분된 경향이 강하다"며 "달러 약세로 유로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원화 역시 강세를 띄게 된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개념적인 수출 강점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특히 최근 원화나 유로는 경기전망 등이 선반영된 경향이 강하다. 실물경제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오히려 유로존 경기가 좋아지거나 에너지 관련 리스크로 인한 영향이 국내 경제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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