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대재해법 시행 1년···건설 현장 변화는?
[초점] 중대재해법 시행 1년···건설 현장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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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사진=김무종 기자)
건설 현장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산업 현장의 안전을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된 지도 1년이 지났다. 산업 특성상 현장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업계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법의 강력한 처벌을 피하고자 지난 1년간 건설 현장에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법 적용 대상 사업장의 사망사고가 잇따랐으며 법 집행과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중대재해 막아라'···건설사, 대응책 마련 분주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법 본격 시행에 맞물려 건설업계는 지난 1년여간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우선 안전 관련 조직을 손보고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내부 조직 개편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안전보건 관련 조직을 격상하고 3개팀으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사업본부 내 본부장 직속 안전팀을 만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부 출신 전문가 정익희 부사장을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직속 독립조직을 신설했다. 산하 조직 인력도 현재 56명 수준으로 충원했다.

최신 스마트 기술과 장비, 시스템을 활용해 대응에 나선 건설사들도 있다. DL이앤씨는 충돌 방지 센서, 수평 상태 알림 경보기, 모션센서 등 각종 장비와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투입했다. 포스코건설은 고소작업 근로자의 안전고리 체결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안전벨트' 등 각종 스마트 안전장비를 통해 중대재해를 방지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 DL이앤씨,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10개 건설사가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 문화 확산과 협력사 안전보건체계 구축 지원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따라 50대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 호반건설, 대방건설, 태영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동부건설, 한신공영, 삼성엔지니어링, 동원개발, 우미건설 등 25개 업체에서는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1건도 없었다. 

특히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사망사고가 0건인 포스코건설은 중대재해 발생이 많았던 지난 2018년 이후 안전 경영 활동을 전개한 결과 전체 근로자 중 산업 재해 근로자 비율 0.1%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경우 2019년부터 3년 연속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해 법 제정 이후 건설업체 중 처음으로 2021년 3월 본사와 전국 현장 등에 대한 노동부 특별감독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안전관리체계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건설 직원이 스마트 현장관리시스템을 보며 안전현황을 체크하고 있다.(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 직원이 스마트 현장관리시스템을 보며 안전현황을 체크하고 있다.(사진=포스코건설)

◇ 오히려 사고 증가, 처벌도 미흡···실효성 의문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중대재해법 효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는 이전보다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는 230건(사망자 256명) 발생해 2021년 대비 사고 건수는 4건(1.7%)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8명(3.2%) 늘었다. 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전년 대비 사망자가 47명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도급순위 상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총 19건으로 전년 대비 1건 줄었으나 사망자는 25명으로, 전년 대비 5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는 10대 건설사 중 건설사고 사망자 수와 사고 건수로 각각 불명예 1위를 안았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총 6명(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사망자가 발생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DL이앤씨에서는 지난해 1년간 4건(3월·4월·8월·10월)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고 1건까지 포함하면 5분기 연속 사망사고 발생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시스템 재정비 등 여러 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안전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했다"면서 "점검도 받고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는 등 예방 활동과 함께 안전관리 교육을 보다 강화해 나가면서 안전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망자는 늘었지만 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 적용을 받는 산재사고는 지난해 229건이지만 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 15%가 채 안 되는 34건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검찰이 실제로 기소한 건 11건에 불과하고, 판결은 단 한 건도 없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제 현장에서 예방 효과가 크지 않았으며 처벌에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지난 25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법 시행 전·후 건설 현장에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은 계도보단 실적 위주, 형식적 안전교육, 노동자 참여 보장 않는 안전협의체 등이 여전하고, 중대재해가 반복되지만 건설사 혹은 사업주, 책임자가 처벌받은 것은 0건이라며 중대재해법이 무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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