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의심받는 난방비 폭탄의 배경
[홍승희 칼럼] 의심받는 난방비 폭탄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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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상한파로 전국이 얼어붙는 시기와 겹쳐서 난방비 폭탄에 수많은 가정이 경악했다. 실상 가스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40%나 인상했지만 날씨 덕분에 실감하지 못했다가 대폭 늘어난 난방비에 비로소 실감하게 된 탓이다.

정부·여당은 이 문제를 전임정부 탓으로 몰아가려 하지만 그 주장들이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못한데다가 집권 1년이 다 되어가는 데 매사를 전임정부 탓만 하는 짓어린 노릇만 하는 정부가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모양새다. 어린 아이들은 길가다 제 잘못으로 넘어져도 남을 탓하는 경우가 흔한데 집권세력이 되어서 책임감을 갖지 못하고 계속 남 탓하기 바쁜 정부에 믿음을 주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

우선 역대 정부는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 인상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공기업에서 맡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굳이 멀쩡한 공기업들을 어떻게든 민영화하기 위해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결과가 이번 난방비 폭탄 투척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미 민심이 뒤숭숭해지고 권력 보전에 위기감이 감돌고 나서야 뒤늦게 에너지 바우처 대상 금액을 확대한다는 둥 수습책을 내놓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계가정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 정치적 실책을 만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스공사의 이익보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에너지 가격은 수시로 변동하되 지난해처럼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요소를 그토록 즉각적이고도 과도하게 반영하는 것은 마치 초보운전자가 장애물을 보고 급격하게 핸들을 꺾어 전신주를 들이받는 꼴이다.

한 때 2배까지 치솟던 에너지 가격은 이미 안정화된 것을 넘어 전쟁 이전 수준 이하로 떨어졌지만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뒤늦게 난방비 폭탄을 맞아버렸다. 이번에 요금고지서를 받은 분은 이미 지난 연말·연초 사용된 것이고 최근의 한파 이후 난방비는 얼마나 더 나올지를 다들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유럽의 난방비는 100% 이상 인상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그 인상분을 전국민 대상 에너지 지원금으로 보전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감췄다. 선택적 정보 활용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민간기업들이 해도 지나치면 비판을 받는데 하물며 정부가 그리 하면 불신을 키우게 되고 때로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하필 에너지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나며 그야말로 보너스 잔치를 벌여 국민들의 분노를 북돋웠다. 문제의 가스공사만 해도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4천327억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으니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 명분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경제수석이 나서서 에너지가격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니 그 의도를 좋게 보기는 어렵다. 세계 에너지시장이 이미 안정된 상태에서 이는 망발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필 취임 때부터 전문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현 가스공사 사장이 코레일 사장으로 있으면서 민영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가스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스공사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부정하기 어렵게 한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현 정부의 목표 하나를 위해 민생이 포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법인세를 깎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면서도 정부 재정은 문제없다는 그 자신감은 아마도 공기업 매각을 통한 재원 확보를 염두에 두고 나오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영세사업장 등 서민경제의 터전은 불황을 겪고 있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도 깎아주고 부자들의 세금도 줄여주면서도 재정에 문제없다고 그렇게 확신할 근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격변 속에서 그야말로 횡재를 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명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여러 국가들이 검토하고 있다는데 현 정부가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봐야할 것이다. 더군다나 하필 그토록 죽이고자 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으니 아마도 절대로 안하겠다고 나설 테다. 마치 청개구리의 반항처럼 전임정부가 추구했던 모든 정책을 뒤집는 것이 목표인양 외교`통상까지 판을 뒤엎고 있는 현 정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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