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에 발목 잡힌 현대카드···체질개선 통할까
'조달비용'에 발목 잡힌 현대카드···체질개선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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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순익 전년比 15.1%↓···실적 감소율 2위
비용 확대에 수익성 악화····차입의존도 '발목'
차입 장기화, 비용 절감···수익성 제고는 의문
현대카드의 갑작스런 한도 조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 (사진=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레몬테라스’)
현대카드의 갑작스런 한도 조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 (사진=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레몬테라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대카드 신용한도가 크게 줄었다는 문자가 화제다. 현재카드는 건전성 관리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실적 악화로 인한 의도적 '디마케팅'(기업이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소비자들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마케팅 방식)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자금경색 사태와 비우호적 경영환경은 차입의존도가 높은 현대카드엔 독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카드업계 최초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선제적 수익성 개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체질개선에 한창인 현대카드를 파헤쳐 본다.

◆카드 이용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

24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별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2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작년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 순이익은 2조27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이 가운데 3곳이 순이익이 감소했는데, 현대카드(-15.1%)는 하나카드(-17.3%)에 이어 두번째로 순이익 감소폭이 컸다. 나머지 한 곳은 KB국민카드(-7%)다.

반면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05조7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지난해 초 사회적거리두기 해제로 '보복성 소비'가 폭증하며, 카드부문의 취급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역성장은 다소 이례적이다.

실적 감소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3분기 현대카드의 영업비용은 1조7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1억원(11.4%) 상승했다. 이와 달리 영업수익은 같은 기간 1414억원(7.5%) 증가하는데 그치며 비용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 수익성 지표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 수익성 지표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실제 3분기 현대카드의 수지비율은 90.29%로 전년 동기 대비 1.78%포인트 상승했다. 수지비율이란 총수익 대비 총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로, 해당 지표가 높을수록 영업이 비효율적임을 뜻한다. 7개 전업카드사 중 현대카드의 수지비율은 불명예 1등으로, 영업효율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수지비율이 악화된 곳도 신한·현대·하나카드 3개사뿐이다.

다른 수익성 지표에서도 현재카드의 부진을 엿볼 수 있다. 현대카드의 3분기 총자산이익률(ROA)은 0.63%로 전년 동기 대비 0.45%포인트 하락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77%로 2.23%포인트 악화됐다. 두 지표 모두 현대카드는 업계 꼴찌다. 특히 수익성이 두 번째로 낮은 롯데카드(ROA 1.09%, ROE 6.89%)와 비교해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외 조달 환경 악화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보수적 리스크 관리 정책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 디지털 투자를 위한 인력 확보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수지비율에 대해선 "수익과 비용이 같은 수준에서 크게 증가해 영업이익에는 변동이 없었다. 총비용의 증가가 지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폭증한 조달비용, '직격탄' 맞다

이처럼 비용이 늘어난 주요 원인은 조달비용의 상승과 현대카드의 높은 차입의존도 때문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특성상 자금조달을 차입금과 회사채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난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카드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5.502%로 2021년 3분기 말(2.046%) 대비 3.456%포인트나 급등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 차입의존도 및 차입 구성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 차입의존도 및 차입 구성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특히 차입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카드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의 차입부채는 3분기 기준 18조7636억원으로 업계 3위, 차입 의존도는 86.1%로 업계 2위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카드의 3분기 이자비용은 2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2%(698억원)나 급증했다.

차입금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 역시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회사채 규모는 11조4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496억원)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 규모는 7조2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2조1807억원)이나 증가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유동성장기차입금 기준 연이자율은 1.19~4.29%로, 유동성 사채(1.16~3.67%)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차입자의 신용과 투자활동에 대한 감시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신용위험이 높더라도 금리를 차별화해 대출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금융기관의 사전심사와 사후감시가 부과되는 대출보다 회사채 발행을 선호하게 된다. 통상 장기회사채의 경우 3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차입금 확대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최근 몇 년새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악화된 수익을 떠받치던 대출부문 역시 금리인상과 정부의 대출규제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카드론 실적은 5조3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8764억원)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실적도 3조9720억원으로 4.5%(1869억원) 감소했다.

한 금융 관계자는 "통상 여전채는 3년 이상으로 운영하는 만큼 자금 조달 측면에서 안정적인 면이 있다"며 "차입금 이자율도 여전채 금리 대비 높은 측면이 일부 있어, 대부분 카드사가 회사채 대비 차입금 비중이 낮았다. 다만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어쩔 수 없이 차입금 비중을 늘린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작년 같은 경우 하반기 조달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존 대비 더 보수적인 자금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을 여유있게 확보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차입금 비중 증가에 대해선 "이자율에는 큰 차이 없다. 오히려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일환"이라며 "조달 시점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조건으로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달비용의 장기화···수익성 잃고 안정성을 얻다

다만 조달비용에 의한 수익성 감소 흐름은 현대카드가 일부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차입금과 회사채의 장기화를 통한 자금조달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그 사례다.

현대카드의 3분기 단기사채 규모는 3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4%(3400억원)나 급감했다. 반면 장기사채는 7조4350억원으로 1.5%(1150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고, 유동성사채는 3조7250억원으로 32.4%(1조50억원) 증가했다.

장기사채란 만기 1년 이상의 회사채를 뜻한다. 향후 금리가 얼만큼 오를 것이란 전망이 반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금리인상기에 장기사채는 단기사채 대비 금리가 높다. 다만 상환 기간이 길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유용성 운영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단기채 대비 장기채 금리가 높게 책정되나, 그때 그때 다른 면이 있다. 금리 결정에는 장단기 여부보다 당시 상황에 결정되는 면이 크다"면서 "다만 안정성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동성사채란 장기사채 중 잔여만기가 1년 이내가 된 사채를 뜻한다. 발행 당시 1년 이상의 장기사채로 발행, 조달구조를 장기화하려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잔여 만기가 다가오면서, 현대카드의 상환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입금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카드의 3분기 단기차입금은 41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9.8%(6100억원)이나 급감했다. 반면 장기차입금은 5조4861억원으로 같은 기간 67.7%(2조2146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은 1조3786억원으로 71.8%(5761억원)씩 급증했다.

차입금과 회사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카드사의 특성상, 단시간 내 차입부채를 줄이긴 어렵다. 특히 단기차입금·사채의 경우 만기가 짧은 만큼 연장이나 재발행 등의 빈도가 잦고, 카드사의 차입 안정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카드의 경우 이를 장기화해 안정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대카드는 차입금 중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일반차입금 대신 CP(기업어음)와 유동화차입금의 비중을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카드의 3분기 일반차입금은 1조117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9.5% 증가했다. 반면 CP의 경우 2조6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8.4%, 유동화차입금의 경우 2조850억원으로 59.5%나 증가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단기물 위주의 조달은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시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며 "이러한 위험 회피를 위해 장기물 위주로 조달을 진행했고, 유동성 측면에서 오히려 안정성을 확보했다. 실제 타사도 4분기 유사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게인 2019년'···수익성 개선은 '글쎄'

몸집 줄이기 등 비용절감을 위한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의 임직원수는 △2020년 상반기말 1845명 △2020년 하반기말 1899명 △2021년 상반기말 1924명 △2021년 하반기말 2031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말 1999명으로 2년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업권 최초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선제적 인력감축 조치를 단행했다.

카드 혜택도 줄였다. 현대카드는 4대 보험료에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최장 7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데 이어 이달 31일까지 제공키로 했던 가맹점 업종별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와 부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작년 11월 조기 종료했다. 특히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상승하자 일부 고객에 대해 이용한도를 축소하는 등 선제적 디마케팅에 들어갔다.

이런 행보는 지난 2019년을 연상케 한다. 2019년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가 예정되자 현대카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 2018년 말 직원수가 1943명으로 전년 대비 501명이 감소했다. 점수도 116곳에서 67곳으로 절반(49곳) 가까이 줄었다. 

또한 타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익성을 보전한 반면, 현대카드는 지난 2019년부터 대출서비스 취급액을 줄였다. 영업 자체를 축소하며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2019년 현대카드 순이익은 1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활로를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제휴에서 찾았다. 삼성카드가 독점해 온 코스트코 파트너십 계약(계약 기간10년)을 2018년에 가져온데 이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무신사, 네이버 등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PLCC는 총 621만장에 이른다. 이 중 80%에 달하는 497만장이 현대카드서 발급됐다. 또한 발급 건수 상위 10개 PLCC 카드 중 9개가 현대카드에서 출시되는 등 말 그대로 PLCC 시장 내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카드의 2020년과 2021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6.2%, 21% 증가한 2563억원, 310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괄목한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실적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현대카드의 선택은 2019년와 유사하게 자금조달 구조 효율화와 함께 애플과 애플페이의 국내 배타적사용권을 담은 계약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하나카드가 '영업통'으로 알려진 수장을 배치해 전통적 영업력 강화 전략을 내세운 것과 대비된다.

다만 현대카드의 이 같은 행보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 관계자는 "과거 2018~2019년도 상황과는 다르다. 당시는 저금리 기조로 향해가던 시기였고, 유동성 풀리면서 대손부담이 낮은 시점이었다"며 "현재는 금리가 올라오며, 비용부담 높아진 시점이다. 외형성장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카드의 비용절감 등의 행보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비우호적 영업환경에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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