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랐는데 대출금리 내린다···혼돈의 금융시장, 왜?
기준금리 올랐는데 대출금리 내린다···혼돈의 금융시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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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경쟁 제동 걸자 신규 코픽스 0.05%p 하락
은행 장삿속·과도한 당국 개입이 부른 기현상
"직접 개입보다 '투명성 제고'에 초점 맞춰야"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대출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대출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예대금리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은행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금리체계가 왜곡돼 있었다는 반증이다.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일부 소비자들로선 뿔이 날대로 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은행들이 과도한 장삿속으로 이자장사에 매몰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금리정책에 대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일관성 없고 빈번한 시장개입(메시지)이 금리체계를 꼬이게 만들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짧은 기간에 기준금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빚어진 일시적 현상인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이 많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감독방향도 금리결정체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바뀌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6개월)는 오는 17일부터 0.05%p(포인트)씩 하락한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4.29%로 전월(4.34%)보다 0.05%p(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공시(1월 취급분) 이후 11개월 만이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해 11월까지 역대 최고치인 4.34%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달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예금금리 인하 등 은행 조달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다.

기준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발(發)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시장금리 급등 등으로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던 은행 예금금리는 최근 3~4%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인하했던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우려해 수신금리 경쟁에 제동을 걸었던 터라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권은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자제했던 은행채 발행도 지난달부터 재개돼, 은행권 입장에선 예금금리를 올릴 요인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코픽스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되거나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코픽스는 0.05%p 인하됐지만 최근 은행권이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고자 대출금리를 앞다퉈 인하했던 터라 실제 금리 하락폭은 1%p 안팎이 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0.80%p 인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우대금리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주담대 금리를 최대 0.9%p 인하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75%p 인하했다. 이 밖에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시장금리 하향 안정화 추세를 고려하면 이번주부터 대출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13일 기준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4.133%, 1년물 3.918%, 6개월물 3.914%로 나타났다. 금융채 5년물, 1년물, 6개월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 4% 중반대에서 5%대를 보였다. 5년물은 주로 주담대, 1년물과 6개월물은 신용대출의 준거금리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 당장 대출금리가 줄줄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예금·대출금리 산정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당정은 대출금리 추가 인하, 예대금리차 축소 등을 요구하는 경고성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나 시장금리 흐름과 무관하게 예금·대출금리에 대한 인위적 조정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당정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예금·대출금리 향방을 가늠해볼 수 없게 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고, 금리 인상분이 선반영돼 시장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예금·대출금리가 올라가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시장 흐름대로 금리를 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에 일관성이 없다 보니 현장에선 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에게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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