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준금리 올랐지만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멈칫', 왜?
[초점] 기준금리 올랐지만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멈칫',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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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1년5개월 새 3.0%p↑
1인당 연이자 200만원↑···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 '눈치'···금리개입 부작용 우려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최근 '이자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권이 예금·대출금리 향방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상승분만큼 은행 예금금리에 반영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는 대출금리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p(포인트) 인상했지만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바로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올리지 말란 압박과 대출금리를 내리란 압박을 동시에 받다 보니 금리 산정에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준금리는 올랐지만 금리 인상분 선반영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는 떨어지는 추세라, 이런 상황에서 당국을 거스르면서까지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올릴 이유는 없다"고 귀띔했다.

B은행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릴 움직임도 아직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직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예금금리 인상을 발표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예금금리를 올릴 수 없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예금금리가 오르면 수신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코픽스 금리가 오르고, 이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당정은 새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를 넘어서는 등 차주 이자부담이 커지자 은행권을 향해 연일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 기업의 부담이 큰 점에 대해 개별 은행들이 좀 더 여력이 있다면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 하에서 서민들이 예대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으로 금리를 설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말엔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긴다"며 당국이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에 직접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정은 기준금리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인상되면서 차주들의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이자부담이 악화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지난 2021년 8월부터 1년5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0%로 3.0%p 뛰었는데, 같은 기간 차주 1인당 연이자는 196만8000원씩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 이자부담이 평균 16만4000원 증가한다는 한은 분석에 따른 결과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를 넘나들고 있는 만큼 실제 차주들이 체감할 이자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 6개월)는 연 5.37~7.48%를 기록했다. 며칠 전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당국의 경고성 발언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면서 현재는 최고금리가 7%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4.60~6.96%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대출금리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는 예금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모습이 예대금리차 확대를 위한 '꼼수'처럼 비춰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선 금융소비자 혜택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소폭 올리는 동시에 대출금리는 인하하고, 그러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은 지켜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금리 산정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란 뜻"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높은 대출금리뿐 아니라 낮은 예금금리로도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작년 11월 기준금리 인상 당시에도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두번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는 데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며 "시장금리 흐름과 상관없이 사실상 금리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란 얘기인데,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누가 책임지겠나"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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