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달러패권 언제까지 갈까
[홍승희 칼럼] 달러패권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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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의 위안화가 중동국가들과의 거래 화폐로 쓰이면서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게 아닌지 주목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실물거래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는 것이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그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미하다고 폄하하기에는 그 파급효과가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이미 세계의 생산공장인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거래에서 소외되어 치명적인 경제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에 위안화와 루불화 상호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물자공급이 가능해졌다. 그로인해 오히려 미국의 경제봉쇄에 동참했던 서방국가의 기업들이 입는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당장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이 절실한 유럽, 특히 EU의 맹주인 독일이 러시아는 물론 중국시장도 포기할 수 없다고 제한적이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적 봉쇄정책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시작된 미국의 정책이 이제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더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 인도 등이 국익을 지키기 위해 보다 과감한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유럽과 중동, 인도가 명확하게 중국·러시아 진영으로 줄을 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 이해관계에서는 다극화시대로 전환되며 미국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00년대 들어서는 대국화를 지향하고 2030년 금융 지배력에 있어서도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의 각종 규제와 봉쇄, 코로나 유행 등 난관을 만나면서도 그 목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중국의 그런 의지는 2006년 중국중앙방송 경제채널인 CCTV에서 제작한 12부작 ‘대국굴기’라는 프로그램을 자국 내는 물론 전 세계 유수 방송매체를 통한 송출로 드러냈다.

역사 다큐멘터리를 통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중국이 새로운 시대의 대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포고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KBS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국굴기'라는 제목 그대로 방영된바 있다.

이미 이때 중국은 역사상의 주요 제국과 같은 대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분명하게 드러냈고 그 무렵 위안화를 2030년까지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목표 또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동안 숨죽였던 중국의 위안화 입지 강화 움직임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최근의 달러화를 대체하는 결제통화로서 중동과 러시아에 뿌리를 내리는 현상이다.

물론 달러패권이 단시일에 무너질 거라는 예상은 성급하다. 다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향후 10년 이내에 국제결제 통화의 다변화 현상이 발생하며 한동안 우위다툼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화가 처음 등장할 때는 달러화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모았지만 유럽 통합 과정에 각 국가 간 경제격차로 인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지역적 한계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나 러시아 루블화의 경우 그런 통합에 따른 지체가 없으므로 유로화보다 빠르게 국제결제통화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한때는 일본의 엔화도 그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경제가 30년 가까이 지속되는 침체를 겪으면서 영향력이 상당히 약화되며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 등 국제사회의 저변을 훑는 저인망식 외교를 펼쳐온 중국의 경우 단순히 경제라는 단일 카드만 들고 있던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대 중국·대 러시아 경제봉쇄 정책은 미국의 코앞 이익을 극대화시킨 반면 미국 정책에 동조해온 동맹국들에는 경제적 타격을 입힘으로써 역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파워를 증진시키고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켜가고 있다. 미국의 자국중심주의가 초래한 각자도생 시대의 역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결과로 많은 나라들은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능한 지도자의 유무가 그런 결과의 차이를 만들 것인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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