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사③] 기업은행장 인선에 드리운 '관치'···힘받는 정은보 유력說
[금융 CEO 인사③] 기업은행장 인선에 드리운 '관치'···힘받는 정은보 유력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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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 선호 금융위, 곧 기업은행장 후보 제청
'관료' 반대 노조는 부담···3년 전 혼란 재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한·농협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그룹 수장 교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IBK기업은행장 인선에도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윤종원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관료 출신이 대거 거론되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관료 출신과 내부 출신이 모두 거론되는 가운데 관료 출신 내정설에 힘이 더 실리는 모양새다. 윤 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2일 만료됨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기업은행장 후보를 제청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마평에 오른 관료 출신으로는 정은보(61) 전 금융감독원장과 이찬우(56) 전 금감원 수석 부원장, 도규상(56)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성태(60) 기업은행 전무와 최현숙(59) IBK캐피탈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는 정은보 전 원장이 꼽힌다. 1961년생인 정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재무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경제정책국·금융정책국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맡았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거쳐 금융감독원장까지 맡았다.

정 전 원장은 경제·금융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로, 정부와의 소통이 중요한 기업은행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은행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정 원장은 60대 초반으로 나이가 비교적 많지 않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금감원장으로서 유임설이 나오는 등 전·현 정부에서 모두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현 정부의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정 전 원장의 기업은행장 선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관료 출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된 데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갑작스럽게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은보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하면서 금감원장직을 짧게 수행하게 됐는데, 능력이 출중해 현 정부에서 언제든지 다시 기용할 인물이란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관료 출신 은행장 선임에 대한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정 전 원장이 차기 은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은행을 감독하던 인사가 피감기관의 수장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현재 노조는 기업은행 사정에 밝은 내부 출신 행장을 원하고 있다. 관료 출신이 내정될 경우 출근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역사상 최장 행장 출근저지 기록(윤종원 행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조준희(2010~2013년) △권선주(2013~2016년) △김도진(2016~2019년) 등 3연속 내부 출신 기업은행장 이후 지난 2020년 관료 출신 윤종원 행장이 내정됐을 때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윤 행장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임명 27일 만에 첫 출근에 성공했다.

노조가 관료 출신 행장 내정에 따른 출근저지 투쟁을 불사하겠단 입장인 만큼 기업은행은 3년 전과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어려운 시기에 노조 설득에 나서야 할 차기 행장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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