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바뀐 증권사 IPO 주관 실적···'빅3' 지는 사이 중소형사 돌풍
판도 바뀐 증권사 IPO 주관 실적···'빅3' 지는 사이 중소형사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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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최대어' LG엔솔 맡아 독주···신한·대신, 중소형사 업고 약진
'전통 강자' 미래·한투NH, 부진···증시 침체에 '대어' 잇단 상장 철회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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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예년보다 크게 부진한 가운데, 증권사들의 상장 주관 실적 순위도 크게 뒤바뀐 양상이다. '대어'들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하면서 전통적 강자인 증권사들의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변방'에 있던 곳들은 알짜 중소형주를 연이어 상장시키며 순위가 크게 뛰어올랐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 가운데 IPO 주관 실적 선두는 KB증권이 차지했다. 8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는데, 공모 총액은 13조4479억원에 달한다. 아직 12월이 남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들의 상장이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KB증권의 연간 선두는 사실상 확정이다. 

KB증권은 연초부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1월 공모 총액 12조75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단독으로 주관한 점이 주효했다. KB증권은 지난해 5위에 그치는 등 이전까지 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관련 전담 부서를 4개 체제로 확대 개편하는 등 역량 강화에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IPO 명가로 시장에서 수년간 '빅3'로 군림하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크게 주춤한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상장 주관 실적은 5532억원(15건)으로 3위에 그친다. 9조원에 육박한 실적으로 선두에 올라섰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4위인 한국투자증권(4158억원, 13건)도 지난해(3조8105억원)에 비해 체면을 구겼다. 

NH투자증권은 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3위에서 7위로 밀렸다. 3조7439억원이던 공모총액이 3219억원으로 11분의1로 급감하면서다. 상반기까지 4위를 유지했지만, 하반기 들어 더 밀렸다. 지난해까지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조 단위 공모액을 기록했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일찍이 IPO 주관 계약을 맺었던 공모규모 수조 원대 대형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한 영향이다. 몸값이 최대 10조원대로 추산됐던 현대오일뱅크를 비롯,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이 부진한 시황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 증시 입성 의지를 거둬들였다. 하반기 증시 입성이 기대됐던 골프존카운티가 이미 상장 의지를 접었고, 교보생명과 컬리도 연내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 순위 상승은 불투명하다.  

IPO 시장에서 전통 강자들의 빈자리는 신한투자증권이 채웠다. 신한투자증권은 공모 총액 6021억원(5건)으로 2위에 올라섰다. 지난해(2002억원, 8위)에 비해 3배 급증하며 6계단 도약했다. 대성하이텍, 퓨런티어, 위니아에이드, 더블유씨피, 세아메카닉스 등 기업들의 코스닥 시장 상장을 책임졌다. 대어급 기업보다 몸값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급 부담이 적은 중소형주가 비교적 증시 입성이 수월했다. 

대신증권도 알짜 중소기업의 IPO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약진했다. 총 3413억원(9건)의 실적을 쌓으며 6위로 올라섰다. 풍원정밀과 가온칩스는 청약 경쟁률이 각각 2000대 1을 웃돌며 공모 흥행을 이끌었다. 성일하이텍의 경우 청약 증거금이 무려 20조1431억원이 모였다. IPO 관련 조직과 인원을 여타 대형사와 비슷한 규모로 확충하는 한편, 딜 하나하나에 집중해 온 노력이 주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부쩍 침체된 주식시장에 잇달아 상장을 철회한 대형 기업들은 내년 증시 입성을 다시 타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증권사 간 상장 주관 실적 순위 다툼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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