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반환' 결정···착오 의한 계약취소 
금감원,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반환' 결정···착오 의한 계약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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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등 판매사 6곳, 4300억원 반환 예상
시행사 사업 이력·신용도 등 허위···상환 불가능 구조
"'고의성' 입증 사실상 불가능해 사기 아닌 '착오 취소'"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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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약 48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등 6개 금융회사의 투자 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인정하고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정이 성립되면 해당 금융사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4300억원의 투자원금을 반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은 라임,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결정을 마지막으로 라임과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많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5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 

◇상품 거짓 작성·설명으로 투자자 착오 유발···'애초부터 부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그러나 해외 시행사의 사업중단 등으로 인해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돼 4746억원이 미회수 상황에 놓였다.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요청 건수는 6개사에 190건이다.

분조위는 해외 운용사가 중요 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작성했고, 6개 판매사는 계약 체결 시 상품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헤리티지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펀드를 판매한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에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판매 규모는 총 4835억원으로, 신한투자증권(3907억원)이 80%를 차지한다. 이어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순이다. 

분조위는 우선,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 및 신용도 관련한 내용이 허위·과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설명 내용으로는 현지 상위 5위권 시행사로서 2008년 설립 이후 총 52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현재 50개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등 사업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제시한 사업이력은 시행사 설립 이전 또는 헤리티지 사업과 무관한 사업 등으로 밝혀졌다.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도 없었다. 시행사의 자금력 등에 의존한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담보권 및 질권 확보도 미흡했다. 시행사의 신용등급 및 재무상태로는 20%의 투자가 어려웠으며 실제 투자한 사실도 없었다고 분조위는 설명했다. 

또, 펀드 제안서에는 2년간 약 5.5%의 수수료를 판매사와 운용사에 지급한다고 설명돼 있지만, 확인된 내용으로는 이면 수수료를 포함한 총 24.3%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해당 수수료를 지급하면 시행사가 투자를 예정했던 부동산 취득이 불가능했다. 이와 함께 시행사는 부동산 취득 후 1년 이내에 설계 및 변경 인가를 완료했다고 했지만, 정작 인허가를 신청한 부동산은 없었다.

계약 체결 시점에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투자계획대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펀드 판매 금융사는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 이력과 신용도 및 재무상태 등이 우수하다고 설명하는 등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게 분조위 판단이다.

김범준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 같은 상품 구조에 따라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가 독일 시행사의 시행 능력 등에 대해 직접 검증하길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헤리티지 펀드 판매 금융사들이 펀드 부실에 대해 애초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소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기가 아닌 착오 취소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덕진 금감원 분쟁조정3국장은 "펀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펀드의 부실 구조가 밝혀져, 금융사의 사기 판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사기는 투자자를 속이겠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착오에 의한 취소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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