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깔린 카드사, '비상경영'에도 실적 악화 불가피
조달비용 깔린 카드사, '비상경영'에도 실적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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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AA+ 3년물 5.771%, 전년 말 대비 3.399%p ↑
"금리인상기, 이자 증가 규모만 순이익 30% 달할 것"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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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3분기 호실적에도 국내 카드사들의 표정이 어둡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너나 할 것 없이 긴축경영에 돌입했지만, 금리 인상으로 상승한 조달 비용만도 한해 순이익의 30%에 달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현대‧우리‧하나)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이 중 롯데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 269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4.12% 증가했다. 반면 현대카드와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7.08%, 16.78%씩 감소했다. KB국민카드도 5.83% 감소했으며, 다른 3개 카드사의 경우 10% 미만의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상반기 대비로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7개 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5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3%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둔화세에 대해 업권에서는 조달비용의 증가를 꼽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수신기능이 없어 필요자금의 70% 이상을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주목할 점은 미 연준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는 점이다. 한은 금통위 역시 한미 금리차를 일정 수준 유지하고자 지난 7월 사상 최초의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8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2.372%였던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3분기 말 기준 5.502%로 두배 이상 폭등했다. 3분기 카드사들의 이자비용도 2조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7%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조달비용 상승세가 4분기에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5.771%로 9월 말 대비 0.269%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시장 내에선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며, 기준금리를 내년 초까지 5%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 역시 다음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며, 내년 초 추가 긴축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위는 낮아졌으나 긴축 기조가 여전한 만큼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 역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카드사는 올해도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긴축경영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8038명으로, 전년 말 대비 107명이나 감소했다. 또한 카드사 국내 영업점도 6월 말 기준 182개로 전년 말 대비 17개나 줄었다.

소비자 혜택도 줄었다. 이달 신한카드는 온라인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는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했으며, 현대카드도 현대차 구매 시 제공되는 무이자할부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문제는 이마저도 뚜렷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의 '금리상승이 촉발한 변동성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만기가 도래한 카드채·CP·단기사채 잔액은 약 97조8000억원이다. 이 중 올해 하반기 17조9000억원, 내년 중 25조7000억원의 차환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것이라 가정했을 때, 올해 하반기 확대될 이자부담은 1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내년 시점에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증가할 이자비용 규모가 81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3개년의 평균 카드사 순이익(2조7100억원)의 29.7%에 달한다. 

현재 고금리 기조가 최소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긴축경영에도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카드채의 74%가 2024년내 만기도래가 도래한다. 카드채 차환과정에서 조달비용 부담이 누적될 것"이라며 "대략 2%의 발행금리를 가진 채권인 점을 고려하면, 이자비용 부담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전성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금리상승 시기에는 실질 연체채권이 증가한다"며 "최근 금리상승이 4년전 대비 빠르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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