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發 리스크에 수신금리 생존게임까지 '이중고'
저축은행, PF發 리스크에 수신금리 생존게임까지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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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에 대규모로 늘린 PF대출···5년새 2배 이상
금리인상·레고랜드에 부실화 우려···건전성 악화 불가피
고금리 특판 '출혈경쟁'···당국제동에 '자금조달길' 막막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저축은행에 실적 효자 노릇을 해왔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이 경기침체,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부실 '뇌관'이 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PF대출을 대규모로 늘렸던 저축은행들의 연체율 지표가 올라가는 등 부실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저축은행권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치솟는 기준금리에 조달비용이 높아지면서 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조달 수단인 예·적금을 늘리려면 고금리 전략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경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머니게임을 넘어선 생존게임에 부동산PF발(發) 부실 우려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 업계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규모는 10조7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말 5조원 수준과 비교하면 약 5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부동산PF 규모만 총 2조8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8909억원) 늘었다.

저축은행들이 초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수익률 높은 부동산PF 사업을 대거 늘린 탓이다. PF대출은 건설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은행들이 아파트 등 우량 PF사업에 몰리면서 일반주택, 상업시설 등 리스크 높은 부동산에 대한 사업 수요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던 것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 금리 상승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대거 늘면서 PF사업의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1.36%를 기록했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과 비교했을 때 최근의 연체율 수치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PF 사업 담당 건설사 중 87.5%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이거나 등급이 없을 정도로 신용도가 낮은 점은 우려 요인이다. 보유한 PF 대출이 보수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향후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13개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중 공정률·분양률 저조 등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 224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2%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최대 16.1%까지 치솟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은 2014년 저축은행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처음 겪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수준과 금리 상승 속도가 이례적인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의 부실위험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동산PF 부실 외 최근 저축은행업권을 불황에 빠뜨리고 있는 요인은 조달금리다. 저축은행들은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앞다퉈 고금리 예·적금 특판을 내놓는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축은행은 자금조달 수단이 사실상 예·적금뿐이어서 고금리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상승에 기본 수신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1금융권인 은행들이 금리가 연 4~5%에 달하는 예금·적금을 선보이면서 저축은행업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권으로의 고객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평균 최고금리는 연 5.66%를 기록했다. 올해 1~2분기 연 2.5~3.0%를 기록하던 정기예금 금리는 5개월 만에 2%p(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에선 연 6% 중반대 특판을 내놨다가 가입자 폭증으로 금리를 6% 초반대로 내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연 6%를 넘어선 7% 예·적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업권의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수신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다.

저축은행업권은 당국의 지침에는 공감하지만 업권 불황을 타개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보수적인 경영전략이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여유자금을 확보할 방안이 전무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수신금리 경쟁은 당연히 업권 전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이니 무리하게 금리를 올렸던 것"이라며 "당국이 제동을 걸었으니 당분간 튀는 행동은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운영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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