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내년을 버텨낼 수 있을까
[홍승희 칼럼] 내년을 버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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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모두 내년은 올해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은 좀 더 빠른 속도로 위험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한국이 겪고 있는 위험은 물론 경제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북문제의 악화,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 미국의 한국 패싱 조짐까지 다양하게 커지는 안보 위험은 최악의 경우 세계 3차 대전이라도 벌어진다면 한반도가 핫스팟 즉 열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 불안정성의 증대, 이태원참사 사태로 인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정부 능력에 대한 불신, GDP의 비중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는 무역수지의 적자반전 예측 등 다양한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국내 여러 정책적 결정에서 점차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범죄자들만을 상대해온, 그래서 모든 것을 범죄의 렌즈로만 바라보는 검찰들이 전방위적인 지배와 간섭에 나섬으로써 분리되어야 할 시장들이 뒤섞여 정책적 혼란과 혼선이 빈발하고 있다.

게다가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요구에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면서 안보적 이익이 적은 일본과는 과도하게 밀착을 시도하고 중국, 러시아를 적대함으로써 그야말로 적을 늘려가고 적의 세력을 키워주는 위태로운 길을 감으로써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리스크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정치 외교에서의 연속적인 실책들이 누적되면서 안보위기가 커지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경제활동에도 심각한 타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 부문도 실상 국내 정치권력의 옹호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해외 공관들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바이든대통령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기 며칠 전에 현지 대사관 등에서는 이미 국내에 그런 동향이 보고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묵살했다는 보도가 뒤늦게야 일부 매체에서 나왔을 만큼 당시 국내에서는 권력옹위에만 온 신경이 쏠려있었다. 이는 정부 보도자료에만 만족하는 대다수 국내 언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올해 4분기 이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우려가 나오고 국내 채권의 신뢰도가 급전직하로 떨어지며 해외자금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레고랜드 사태이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벌써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을 위한 채권발행 계획이 취소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공기업인 한전에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강제함으로써 커진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한전이 채권발행에 나섬으로써 가뜩이나 레고랜드 사태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채권시장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수출활동에도 제약이 커지는 마당에 국내 자금조달에도 악재가 겹침으로써 자본구조가 취약한 기업들로부터 도산 도미노가 시작될 염려를 놓기 어렵게 한다.

게다가 채권시장의 위기는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며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고 한·미간 역전된 금리 폭이 더 벌어질 경우 해외자금 이탈, 급격한 환율상승 등의 위험성도 증대된다. 이미 높아진 환율이 더 상승할 경우 수출기업에 유리할 듯도 하지만 인건비 따먹기 식의 경제개발 초기 수출과 달리 해외 원자재 의존률이 더 커진 현재의 상품생산 구조에서 실익은 줄고 지출만 더 커지는 기업의 기형적 수익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도 지금 물가상승 억제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점차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계속된 금리인상에도 물가는 원하는 수준과 속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국채의 안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채권 매각을 늘리고 또한 미국의 고금리 정책과 달러강세로 인한 환율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한 나라들에서 매각이 늘어남으로써 미 국채의 신뢰도는 낮아질 것이다. 현재 미 국채가격 폭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일본 정부의 보유 채권 매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일시에 처분할 경우 미국 금융시장이 받을 타격은 훨씬 클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내년이면 달러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게 만든다.

한국으로서는 지금 미 국채에 집중 투자해둔 외환보유고를 믿고 안심해도 될까도 걱정할 대목이다. 먼 미래가 아니라 올 연말, 내년 상반기, 길게 잡아도 내년 한해 우리가 이런 여러 난제들을 온전히 풀어가며 버텨낼 수 있을지 미숙한 정부 대응에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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