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줄이고 심사 강화한다"···금융그룹, 부동산PF發 위기관리 '사활'
"한도 줄이고 심사 강화한다"···금융그룹, 부동산PF發 위기관리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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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發 부동산PF 연쇄부실 우려↑
부동산PF 사업장 일제히 전수조사 돌입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부동산경기 침체, 자금조달 시장 경색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금융그룹들도 일제히 PF 사업장 전수조사에 돌입하는 등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현재까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크지 않다는 게 금융그룹들의 판단이지만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는 만큼 PF 심사를 강화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등 보수적인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은 최근 부동산PF 부실화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자 각 계열사 내 부동산PF 자산을 전수조사하며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그룹들이 급하게 부동산PF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기조에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지난달 말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가 터지면서 부동산PF 유동화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지방자치단체(강원도)가 보증해 우량사업으로 인식됐던 레고랜드 PF사업이 디폴트에 빠졌다는 소식에 시장에서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이후 채권금리가 치솟고 회사채 발행이 막히는 등 '돈맥경화'가 현실화되면서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연쇄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잔액은 112조2000억원이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이 수익성 높은 부동산PF 자산을 크게 늘렸다. 2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전체의 74.8%(83조9000억원)을 차지할 정도다.

통상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운용하는 은행과 달리 2금융권은 리스크와 수익성이 동시에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특성을 보인다. 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2금융권을 중심으로 PF 부실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금융그룹이 파악하고 있는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KB금융의 경우 그룹 전체 부동산 본PF 및 브릿지론(본PF 전 다리역할을 하는 대출) 익스포저는 약정금액 기준 15조원, 잔액 기준 9조5000억원이다. 이 중 부실 우려가 있는 문제 사업장의 규모는 1070억원으로, 전체 PF 약정액의 0.68% 비중을 차지한다.

신한금융의 부동산PF(본PF+브릿지론) 대출 규모는 그룹 총 여신의 2%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0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PF 부실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그룹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저는 1조8000억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이 1조원을, 우리종합금융과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규모는 400억원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이 큰 탓에 다른 금융그룹 대비 리스크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증권에서만 부동산PF(본PF+브릿지론) 익스포저가 1조9000억원으로 파악된다. 하나캐피탈의 경우 PF 익스포저는 9000억원이었다. 다만, 대부분의 사업장에 대해 우량 건설사 및 신탁사와 책임준공약정이 돼있는 만큼 채권 보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하나금융 측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그룹들은 PF자산이 그룹 전체 손익에 영향을 줄 정도로 부실화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지만 향후 경기 악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한층 보수적인 기조로 사업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방동권 신한금융 리스크관리총괄(CRO)은 지난 25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부동산PF 관리 관련해) 현재 리스크 관련 부서 등과 타이트하게 얘기 중이고, 내년도 한도관리와 비즈니스 전략을 준비할 때 현재의 (보수적) 기조를 조금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필규 KB금융 CRO는 "(부동산PF 익스포저 관련해) 올해 5월에 전면 점검을 한번 했고, 8월에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영향도를 봤고, 이번에 다시 한번 전수점검을 하고 있다"며 "부동산 전망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오피스빌딩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성 하나금융 CRO도 "부동산PF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총액 관리를 하고 있었고, 은행 등 전 계열사들한테 매년 사업계획을 짤 때 부동산PF 한도를 부도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승화 하나증권 CRO는 "국내외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당분간 부동산금융을 지속적으로 감축할 계획이고, 우발채무 규모도 줄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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