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그 많던 수요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전문가 기고] 그 많던 수요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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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어느덧 2022년의 마지막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한 시기, 주택시장에서도 올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전망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특히 지난해의 시장 흐름을 이어 소위 '불장'에 대한 예상이 많았던 지난 연말 분위기와는 달리 올해 2월부터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전망이 엇나가는 경우가 많아 2023년 시장 전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작년 말 주택시장과 최근 주택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금리에 있다. 1%로 올해를 시작했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현재 3%로 2%p 상승했고 금리상승은 대출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시장 위축은 주택구입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시장에서는 수요자를 찾지 못한 매물이 계속해서 쌓여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청약 시장도 예외 없이 경쟁률 하락과 미분양이 증가가 동반되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청약불패', '영끌'을 외치던 주택시장이 갑자기 '급급급매'라는 용어로 대체되다 보니 현 시점에 보유중인 주택을 꼭 팔아야 하는 다주택자도, 떨어지는 내 집값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1주택자도, 그리고 아직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도 모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작년까지 '등기치러 가자!'를 외치던 그 많던 수요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주택시장의 수요는 크게 투자 수요와 실거주 수요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내 집 값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투자와 실거주 수요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수요의 성격을 구분하는 데 따른 실익은 '수익률'에 있다.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기대하는 투자수익률보다 높은 금리에 따른 비용부담이 더 크다 보니 주택에 투자하려고 했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이를 두고 탄력성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주택 투자 수요는 금리에 아주 탄력적이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실제 거주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실거주 수요는 수익률보다 거주의 편의성이나 내가 구입 할 수 있는 가격, LTV·DSR와 같은 규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실거주 수요는 투자수요에 비해 금리 상승에 비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택시장을 이렇게 두 형태의 수요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주택 투자 수요는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 투자를 통해 단기적인 자본차익 및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실거주 수요는 시기에 따라 위축될 수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민간분양 시장은 침체를 이어가는 상황과 달리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분양은 점점 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고, 특정 단지에 급매가 나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현상들이 이를 말한다. 다시 말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고 호시탐탐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지수의 하락으로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주식 투자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또 한번 늘어났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한다고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주택구입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은 필수재라는 기본 속성이 시장의 잠재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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