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 발목잡는 '정치금융'···호통국감 자격 있나
[기자수첩] 산업 발목잡는 '정치금융'···호통국감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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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 본격 도래했다. 횡령, 이상외환거래 등 유독 금융사고가 많았던 해인 만큼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정무위원회 국감은 '호통국감'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마침 두 금융당국 수장의 국감 '데뷔전'인 데다 5대 시중은행장도 증인으로 소환된 만큼 호통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셀 것으로 관측된다.

호통 재료도 준비돼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제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타개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부실 문제도 여전한 상태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새출발기금 등 첫발을 내딛은 윤석열 정부표 민생안정대책도 검증 대상에 올라와 있다. 대규모 횡령, 이상외환거래 등과 관련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다. 각종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회의 고유 역할이자 의무다. 그럼에도 국감장에서의 호통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들리는 이유는, 현안에 대한 논란 대부분이 정치권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다. 앞서 금융당국은 애초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하고, 만기연장 기간은 최대 3년, 상환유예 조치는 최대 1년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4월 시작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다섯 번째 연장됐고, 그동안 잠재부실 규모는 141조원으로 늘었다. 3고(高) 등 경제가 어렵다는 게 재연장의 명분이지만 자칫 부실처리 시기를 놓쳐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는 해결문제로 남았다.

애초 금융당국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를 목표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각종 연착륙 프로그램을 마련해왔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부실대출이 연장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종료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다시 한번 연장되면서 연착륙 프로그램들은 힘을 잃었고, 부실대출을 조기에 청산하려던 정부 계획도 어긋났다.

부실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을 결정한 배경에는 정치권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재연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금융당국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에 정책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작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산업은행 부산이전과 론스타 논란도 마찬가지다. 부산 지역구 정치인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산업은행 부산이전의 경우 이전 효과를 검증하기도 전에 '번갯불에 콩 볶듯' 밀어붙여지고 있다. 론스타의 경우 과거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인수·매각 승인을 미룬 배경에 정치권의 개입이 일부 있었다는 재판부 판결이 나왔음에도 정치권은 론스타 판결 패소의 책임을 정부에만 묻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정치금융으로 금융산업 발목을 잡는 정치권이 자성할 기회는 없다는 데 있다. 이는 정치금융이 맥을 이어오며 힘을 키워온 배경이기도 하다. '표심잡기'에 급급해 내놓는 설익은 주장이 금융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호통국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에 정치권이 답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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