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각자도생 시대의 외교
[홍승희 칼럼] 각자도생 시대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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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수많은 실책과 실수의 연속으로 질타를 받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장기적으로 국민적 근심을 낳은 부분은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공공연히 예고해놓고 실제 얻은 결과의 비참함이다. 섬세한 조율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한 외교무대에 대책없이 무작정 돌진하듯 상대 진영으로 몸을 들이미는 외교 무지가 빚은 참사였고 더 근본적으로는 각자도생의 새로운 전쟁 양상으로 치닫는 현재의 국제정세에 대한 미흡한 상황인식이 낳은 참변이었다.

지금 미국은 스스로 벌여놓은 국제적 갈등들이 예상 밖으로 확대되어가며 수습이 어려워 당혹스럽고 조바심을 치는 모양새다. 당초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 들어오는 중국을 경계하며 이전까지 2위국을 다루던 방식으로 중국에 제동을 걸고자 했지만 결과는 중국 못지않게 미국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생산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에 대해 각종 규제 폭탄을 쏟아 부었지만 작은 불편에도 국민적 저항을 받아야 하는 서방세계의 정치인들과 달리 가난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 않고 대도시 외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가난한데다 사회주의 정치시스템이 여전한 중국은 봉쇄에 가까운 규제로 인한 고통을 견뎌내는 내성이 강한 편이라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 4분의 1이라는 막대한 인구대국 시장을 노리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놓은 상태인데다 중국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자원 역시 풍부한데다 더 나아가 일찌감치 경제빈곤 자원부국들에서 핵심자원을 압도적으로 선점했다.

이런 중국과의 분쟁에 더해 비록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까지 묶어 반대 진영을 결속시킴으로써 미국 스스로는 물론 국제적인 생산·유통에 심각한 경색을 초래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세계 경제는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의 중국견제로 인한 밸류체인 붕괴가 더해지며 거의 마비상태로 돌입하고 있다.

바이든이 최근 잇달아 서명한 각종 규제정책들은 일견하기에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고 미국 기업들에게 시장우위를 확보해줌으로써 미국의 기술패권을 지키고 미국 경제에 도움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제적 생산·물류의 결과로 혜택을 누렸던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끊임없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하고 있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는 현실과 마찬가지다.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단지 팬데믹 기간 동안의 확장된 통화 때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환수로 이를 해결하려 하는 까닭에 실효성이 낮은 때문이다. 지금은 너무 높은 물가상승률에 조바심을 내며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그런 인상릴레이도 한계가 명확하고 그 이후 물가인상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책이 없어 보인다.

현재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를 아무리 인상해도 4.5%가 한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만 해도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부동산 버블시기를 기억나게 한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원인과 대책 모두 한계가 명확한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무리하다보니 스스로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는 미국이다. 그러나 당초 미국이 그렸던 시나리오는 이미 뒤틀려버렸고 미국은 그 왜곡된 길에서 되돌아 나오지 못한 채 직진 중이다.

1,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을 당긴 국가나 그 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누가 그 전쟁의 실제 규모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일단 갈등은 촉발된 이후 당초 시나리오 안에 그치는 예가 오히려 드물다.

각국은 저마다 자국 이익을 위해 저울질하다 실기하며 전쟁을 키우고 정치인들은 또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보존하기 위해 합리적인 결정을 회피한다. 지금 총성이 있든 없든 전 세계가 강대국 패권놀음에 끌려가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정치지도자들의 이해관계 먼저 이끌린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의 살길을 찾기 위헤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는 판국에 현재의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 앞에 먼저 배를 까보이는 애완견 노릇을 하며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만만하게 보이니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하청국가나 하라는 식의 요구까지 매우 당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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