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중국 대신 북미서 '샅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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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화장품 브랜드 품거나 온라인 진출 가속화···해외사업 수익성 개선 효과 솔쏠
미국 뉴욕의 세포라 매장에서 직원이 소비자를 상대로 설화수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미국 뉴욕의 세포라 매장에서 직원이 소비자를 상대로 설화수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이 북아메리카(북미) 화장품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나란히 현지 인기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온라인 진출을 가속화하면서다. 중국에 '몰방'하기보단 북미로 고개를 돌리면서 해외사업 수익성도 개선됐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주요 브랜드의 직영점을 열며 사업을 펼쳐온 아모레퍼시픽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지 뷰티 브랜드를 품에 안고 북미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86년 로스앤젤레스(LA)에 법인을 세우면서 미국 시장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1990년대 들어선 LA와 뉴욕의 현지 법인을 통해 교민 시장 중심으로 주요 상권에 직영점을 열며 사업을 펼쳤다.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LG생활건강과 달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간 보수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달 1일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화장품) 브랜드 타타 하퍼 운영사인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 지분 100% 인수 결정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타타 하퍼는 미국 뷰티 시장을 주도하는 클린 뷰티 트렌드를 타고 성장한 럭셔리 스킨 케어 브랜드다. 네타 포르테, 컬트 뷰티를 비롯한 온라인 채널과 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하퍼와의 공동 연구로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신규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하는 한편 생산물류 시설 개선으로 수익성 강화에도 나선다. 타타 하퍼의 북미·유럽 사업 확대와 아시아 시장 추가 진입을 위한 재정비 작업도 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북미 사업을 강화하면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상반기 불안정한 국내외 시장 환경으로 적자전환하고 매출이 줄었지만, 북미에선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2분기 북미에선 라네즈와 설화수 브랜드가 선전하며 현지 매출이 66% 뛰었다. 7월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아마존 프라임 데이 행사에서는 라네즈가 뷰티&퍼스널 케어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 화보 (사진=아모레퍼시픽)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 화보 (사진=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경우 2019년부터 올해까지 2곳의 화장품 업체와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했다. 2019년엔 북미 인프라를 활용해 LG생활건강 브랜드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미국 화장품업체 뉴에이본을 인수하고, 이듬해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더마화장품(피부과학+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따냈다. 

올해엔 미국 화장품 제조·유통사인 더크렘샵(The Creme Shop) 지분 65%를 인수했다. 2012년 재미교포가 세운 크렘샵은 미국 엠제트(MZ)세대를 겨냥해 기초·색조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를 파는 회사다. 헬로키티나 BT21 같은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며 K뷰티에 대한 관심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K팝과 K콘텐츠의 강세로 국내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크렘샵이 보유한 헤리티지(Heritage·브랜드 자산)와 현지 마케팅 및 영업 역량을 활용해 미주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LG생활건강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브이디엘(VDL)과 탈모 관리 브랜드 닥터그루트, 스킨케어 브랜드 비욘드를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으며 향후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북미는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으로, 유행을 창출하는 지역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올해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를 926억4000만달러(119조5056억원)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치는 935억5800만달러(120조6898억2000만원)며, 유로모니터는 현지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왔지만, 현지 브랜드가 급성장하고 경쟁이 격화되자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엄격한 통제 역시 한몫했다. 상반기엔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가 봉쇄되고, 외출 금지나 매장 영업 중단, 물류 출하 제한이 이어져 현지 사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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