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속도내나?···로드맵 공개에 내홍 격화
'산은 부산 이전' 속도내나?···로드맵 공개에 내홍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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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본점이전 로드맵 마련···내부 목소리 '배제'
깜깜이식 이전에 인력 이탈···올해만 60여명 퇴사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1층 로비에서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1층 로비에서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한 로드맵이 공개되면서 산은 노사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본점 이전 추진 시 직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겠다'던 강석훈 산은 회장의 약속이 사실상 공염불이 되면서 내부인력 이탈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작성한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계획을 입수해 세부내용을 공개했다.

계획에 따르면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올해 중 본점 이전을 위한 △부지 확보방안 △인력·설비 이전 대상 및 일정 △전산망 구축방안 등 기본방안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이달 중 회장 직속 '부산이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직원반발 등 갈등 요인에 대한 해소방안을 마련한다.

이후 국토교통부와 금융위가 공동으로 '산업은행의 이전공공기관 지정안'을 균형발전심의위원회에 심의·의결하고 이전방안을 최종 확정한다. 내년 중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는 산업은행법 개정까지 거친 뒤 부산 사옥 준공에 맞춰 본점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산업은행 부산이전 논의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사항인 산업은행 이전에 속도를 내달라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산업은행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본점 부산이전 추진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강 회장이 임명된 후 첫 출근을 시도한 지난 6월 8일부터 91일째 본점 1층 로비에서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은 본점 이전에 따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될 예정임에도 정작 이전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여기에 내부 논의 없이 구체적인 부산이전 로드맵이 공개되면서 직원들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로드맵 안에는 산업은행이 지난 8월 24일 부산이전에 반발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해소 방안을 마련중이란 내용이 담겼는데, 실제 해당 설명회는 소통의 자리가 아닌 부산이전 추진 과정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던 게 산은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로드맵도 산업은행이 아닌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로드맵 작성 과정에서 산업은행 노사 협의 등의 절차가 없었다는 뜻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로드맵이 말그대로 갑자기 튀어나온 상황"이라며 "노조와 사전에 얘기됐던 것도 전혀 없고, 사측도 관련 계획을 제출한 적 없다고 한다. 금융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부산이전이 깜깜이식으로 추진되면서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전무한 상태다. 직원들은 강 회장을 향해 부산이전과 관련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관련 설명회가 마련될지도 미지수다. 강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부산이전 관련 설명회에도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갈등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인력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퇴사한 인원은 43명(정년퇴임 제외)으로, 연간 평균 퇴사자 수 40명을 넘어섰다.

노조는 지난달 말까지 중도 퇴사한 인력이 60여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달 새 10명 이상의 퇴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최소 1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산업은행을 떠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원래도 담당 업무 대비 일할 인력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실무를 담당해야 할 인력이 대거 빠지는 데다 부산이전으로 인력 충원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인력 이탈에 따른 경쟁력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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