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줄세우기식' 공시, '선도은행' 신한의 이유 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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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출 늘렸더니 이자장사 5대 은행 '1등' 오명
비대면화 서둘렀더니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 '꼴찌'
신한은행 사옥 전경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사옥 전경 (사진=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예대금리차 공시에 이어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이 공개되자 신한은행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민금융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자 추진했던 방안들이 최근 시행된 실적공시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은 주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편익 강화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줄세우기식' 공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가계대출+기업대출)이 가장 저조한 곳은 신한은행으로 30.4%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 33.1% △국민은행 37.9% △우리은행 46.5% △농협은행 59.5% 등의 수용률을 보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가장 낮았지만 수용건수와 이자감면액으로 보면 다른 은행 대비 실적이 월등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한 신한은행의 이자감면액(가계+기업대출)은 47억100만원으로, 이는 나머지 4대 은행의 이자감면액을 총 합한 결과(48억3200만원)와 비슷하다. 다른 은행의 경우 △하나은행 19억2600만원 △우리은행 11억5400만원 △국민은행 9억8700만원 △농협은행 7억6500만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용건수도 신한은행이 4만70건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나머지 4대 은행의 총 수용건수(3만527건)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의 수용률이 가장 낮은 것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가 다른 은행 대비 최대 10배 이상 많았던 탓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소비자들이 한층 편리하게 금리인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지난 2020년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요구 신청 비대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 영향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단기간 내 중복 신청하는 사례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신청건수가 많아져 수용률이 낮아졌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실제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신한은행이 13만1935건으로, △우리은행 1만8663건 △농협은행 8534건 △하나은행 1만2146건 △국민은행 3만3649건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현재 인터넷은행을 제외하고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을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만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비대면으로 신청을 받더라도 지점 심사 등을 거쳐야 해 결과를 알기까지 통상 며칠씩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신한은행의 경우 자동화심사 등을 통해 신청 당일 결과를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 중 약 99%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신한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방법이 용이하다 보니 신청자수가 증가했고, 신청한 당일에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보니 동일한 계좌로 6개월간 50회 넘게 신청하는 고객이 있는 등 중복건수가 많아 수용률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요구권 실적뿐만 아니라 지난 22일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에서도 신한은행은 비슷한 이유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신한은행이 금리가 높은 서민금융대출을 다른 시중은행 대비 많이 취급한 영향으로 예대금리차가 5대 은행 중 가장 높게 나온 것. 정부의 서민지원 기조에 맞춰 서민대출을 늘렸더니 정작 공시에서 낙제점을 받아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부문 예대금리차는 1.62%p(포인트)로 △우리·농협은행 1.40%p △국민은행 1.38%p △하나은행 1.04%p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로,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수익을 많이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공시 직후 신한은행은 서민금융대출을 늘린 데 따른 결과라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햇살론15'를 180억원 공급하는 등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서민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했다.

이와 같이 이달 처음 시작된 예대금리차 공시와 금리인하요구권 실적공시에 금융회사의 속사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다 보니 금융소비자를 위한 각종 지원책들이 위축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공시 '낙제점'이란 오명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이 숫자 맞추기에만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월, 매반기마다 줄 세우기식으로 성적이 발표되면 당연히 금융사들은 최하위권에 속하지 않도록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눈치 싸움이 금리경쟁으로 가면 순기능이겠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 오히려 공시에 맞춰서 서민대출을 줄인다든가 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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