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통령의 화법과 소통
[데스크 칼럼] 대통령의 화법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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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잣대이다. 하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0% 안팎의 저조한 국정수행 지지율을 둘러싼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 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이 설명하는 도어스테핑 도입 취지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고 날 것에 가까운 발언 탓에 '전언정치'를 타파하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논란만 키우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실제로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비판에 대해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고 한 발언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한 질문엔 "대통령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라고 한 발언 등이 도마에 올랐다.

또 음주운전 이력 등의 논란이 제기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선 "전 정권에서 이만큼 훌륭한 장관 봤나"고 되물었다.

'정치인 윤석열'을 만든데,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크게 기여했다. 국민들에게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각인시킨 것 역시 이런 화법에서 비롯됐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시끄럽던 2013년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강골 검사' 이미지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이런 화법은 권력을 향할 땐 '사이다 발언'이 될 수 있지만,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도어스테핑이란 방식으로 이런 화법이 나오다보니 검증이나 해명의 과정이 생략되거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소통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도어스테핑을 계속 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제가 휴가 중일 때 저를 좀 걱정하는 사람들이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 두라고했는데, 저는 만들어진 제 모습이 아니라 저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비판도 받는 그런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만들고 싶다. 지금 그런 과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과정을 국민께서 이해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점은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전까지 보여준 화법을 고집할 경우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봐야겠지만 주요 현안을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거리'가 돼 왔다. 또 그에 따른 피로감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었다.

대통령 입장에선 의중과 달리 받아들여지고, 기성정치와의 차별화하기 위한 행보를 몰라준다고 답답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폭염·폭우 피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등으로 일상의 삶이 팍팍해진 대다수 국민들에겐 희망과 용기, 배려와 포용, 통합의 메시지가 더 간절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며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취임 초반 미숙했던 시행착오를 넘어 변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관건은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국민들의 입에서 '내가 이런 말을 들으려고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

김창남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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