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지표 안정세에···한은 '베이비스텝' 밟나
글로벌 경제지표 안정세에···한은 '베이비스텝'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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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에 꺾인 美 CPI···'피크아웃' 기대감↑
"물가 지표, 예상 범주"···8월 회의, '베이비스텝' 전망
아직 고점 확인 못한 韓물가···추석 밥상물가는 '변수'
기름값, 외식비 등 서비스 가격,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1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이 점차 커지면서 오는 25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도 '빅스텝'(0.5%p 금리인상)보다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끝없이 치솟던 미국 내 소비자물가가 한풀 꺾이면서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도 내달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물가·금리에도 상승압력을 완화해주는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고점을 확인하지 못한 국내 소비자물가는 변수로 꼽힌다.

◇ 커지는 글로벌 인플레 '피크아웃' 기대감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내달 23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0.5%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63.5%로 내다보고 있다. 1주일 전 전망에서 32%에 그쳤던 빅스텝 가능성이 2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나머지 36.5%는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이런 전망 배경에는 최근 발표된 글로벌 경제지표들이 '물가 정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5% 상승해 직전월인 6월(9.1%)보다 0.6%p 내렸다. 시장 전망치(8.7%)도 밑돌면서 그간 세계 물가 폭등을 주도했던 미국 내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특히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에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최근 90달러 밑으로 내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주범인 식량가격도 한풀 꺾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8.6% 내리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은 생산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5% 내렸는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뒤인 2020년 4월 이후 첫 하락세다. 중국 PPI 역시 지난달 4.2% 상승해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4.4%) 이후 첫 4%대 진입이며, 9개월째 하향세를 걷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 0.25%p 인상 전망···"가능성은 다 열어둬야"

이처럼 각종 글로벌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로 이어지면서 금통위 결정도 베이비스텝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베이비스텝을 예고한 상황에서 고(高)물가 추이가 잦아들 것이란 기대는 물론, 경기 침체 및 가계 부채 우려도 맞물려 있어 큰 보폭의 금리인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률이) 향후 몇 달간 높은 수준을 보인 뒤, 완만하게 내려갈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선 당분간 0.25%p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6.3%)은 과거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런 물가 급등세도 예상 범주 내 포함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국내 CPI는 앞서 예상한 경로 수준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물가에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국제유가"라며 "(유가가) 현재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다시 배럴당 120달러씩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면 물가는 차츰 내려올 것이다. 앞으로 오는 10월까지 수개월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려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대내외 경기 둔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데다 큰 보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이자부담 등 서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빅스텝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연간 7조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코로나 대출 지원을 받는 자영업자는 물론, '영끌'·'빚투'로 대표되는 취약차주의 부실 리스크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다만 국내 물가의 경우 여전히 정점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폭염·폭우에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농축수산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는 긴급히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내놓고 밥상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물가는 4분기 들어서는 점차 완화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제 수장들의 (물가에 대한 전망) 언급은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언급을 조심해야 한다. 이미 물가 레벨 자체도 워낙 높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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