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00일] 산적한 금융현안 속 '관치논란'···금산분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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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등 과거 틀 탈피 강조···"신사업 길 열어줘"
민생안정 금융과제 구체화···커진 금융사 부담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유은실 박성준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펼쳐온 금융정책은 규제 혁신과 민생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에서 금융 산업의 발전을 막는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서민·저신용층을 보듬을 수 있는 금융정책을 선보이겠다는 게 주된 취지다.

하지만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당근책에도 일각에선 새로운 관치 금융 시대가 열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 중 상당 부분을 금융사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비롯, 금융권을 향해 '이자장사'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 금융정책, 규제혁신·취약계층 지원 드라이브···'관치금융' 우려도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 당국 수장을 맡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금융산업 '새판 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금융권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는 방침이다.

금융정책의 핵심으로 규제 혁신을 외친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글로벌 금융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권도 규제 부담을 한층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전업주의를 완화하고, 신사업 등 금융 관련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금융·비금융·공공 간 데이터 개방·결합을 확대하는 한편, 금융분야 인공지능(AI)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급격한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도입했던 각종 대출 규제는 정상화 작업 중이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로 낮추고, 1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주담대를 받을 때 기존 주택을 6개월 안에 팔고 신규주택에 의무 거주해야 했던 규제도 완화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과정에서 야기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관련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이지만,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안정 금융과제도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선 취약계층을 위해 새출발기금 등 '125조원+α(알파)' 규모의 금융 민생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41조2000억원 규모의 '경쟁력 강화 지원 프로그램', 8조5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등으로 꾸려졌는데, 가파르게 오른 금리로 부담이 커진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정책이 구체화될수록 금융권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 지원책 중 적지 않은 부분들을 금융권이 떠안아야 하는 데다 금리인하 압박 등 관치금융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된 걱정거리다. 

실제로 대환 프로그램의 경우 비교적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을 은행권에서 껴안아야 하는 만큼, 추후 부실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사실상 신규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한해 60~90% 원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새출발기금은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도 제도 방향성의 수정은 없을 것이란 게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대출금리 급등으로 수익이 많아진 금융기관이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당국의 인식은 금융권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당국은 금리상승과 맞물려 빚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자 은행권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미 금융그룹은 저마다 대출 금리 인하나 대출액 일부 감면 등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으나, 금리 상승기 속 정부의 고통 분담 압박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고 지원책이 늘어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앞세웠던 정부가 당초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 2금융권 '규제혁신안'으로 신사업 기대감 up 

금융위가 발표한 새 정부의 금융 혁신안에는 보험사,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향도 담겼다. 특히 저성장에 직면한 보험·카드업계는 신사업 진출의 물꼬를 터주겠다는 정부의 금융정책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단 보험업계는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추진에 맞춰 '데이터 규제 완화'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사업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디지털·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육성과 대상별 맞춤 보건의료 지원 확대 정책에 대한 관심도 크다. 

실제로 윤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정책과 함께 비금융정보 활용을 통한 보험서비스 고도화,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 오픈뱅킹 업권 확대,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등이 허용되면, 보험업권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헬스케어 사업과 플랫폼 사업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카드업계도 마찬가지다. 되풀이 되는 수수료 인하로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업계는 부수업무 규제 완화와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 등이 현실화되면 미래 사업을 준비할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회사마다 기획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가 다른데 정부가 큰 틀에서 신사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주겠다고 밝힌 만큼, 사업 다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

다만 만성적인 문제로 꼽히는 '가격 통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게 보험·카드업권의 중론이다. 윤 정부가 정책 방향을 규제 완화로 새롭게 설정했지만 금융당국이 보험료, 카드 수수료 등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큰 현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시장의 자율성은 지속적으로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당국의 신규 대출 취급 축소, 금리인하요구권 확대 압박 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카드사의 수익과 실적을 좌지우지는 핵심 사안들을 빼놓고 규제 혁신을 논한다면 알맹이 없는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며 "자율성을 기반으로 둔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만큼, 보험·카드사들이 보험영업과 신용판매 등 본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아직까지 '혁신', '타파'와 같은 키워드를 사실상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이라는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금융권의 잣대로 비교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여기에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융당국의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대상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다 최근 금리인상기 속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저축은행 업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저축은행 업계에 문제성 PF 대출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는데, 이후 업계는 사실상 PF 대출 취급을 멈춘 상태다. 또한 금감원은 자기자본비율(BIS)이 낮은 개별 저축은행 회사들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얘기하는 규제 혁신·완화 등의 내용은 저축은행 업계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규제가 완화되는 부분은 크지 않고, 되레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금융권 전체를 겨냥하는 대출총량규제는 물론, 예금보험료율 및 영업구역 등 업권 규제로 인해 현재 앞가림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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