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폭우 겹쳐 밥상물가 '초비상'···추석민생대책으로 잡힐까
[초점] 폭우 겹쳐 밥상물가 '초비상'···추석민생대책으로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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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석민생대책' 발표···尹 "국민 체감할 수 있도록"
성수품 23만톤 방출·650억원 할인쿠폰 '역대 최대규모'
기상 악재에 여전한 국제곡물가···"목표 달성 쉽지 않아"
기름값, 외식비 등 서비스 가격,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1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추석민생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이날 공개된 대책에는 배추·무·돼지고기·명태 등 20대 추석 성수품 평균 가격을 작년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는 지난 7월 기준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전년동월대비 7.1%) 오름세를 1년 전으로 되돌려놓겠다는 목표다.

윤 대통령은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명절 기간 장보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하겠다"며 "정부도 할인쿠폰 등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먼저 20대 성수품 공급 규모를 평시 대비 1.4배 많은 23만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배추·무·양파·마늘 등 농산물은 정부 비축분을 방출하고 긴급수입 조처를 하는 방식 등으로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소·돼지고기 등은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하고 명태·고등어 등 수산물은 비축물량을 전량 방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20대 성수품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650억원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도 투입한다. 이는 지난해 추석 공급량 대비 1.8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1인당 사용 한도는 기존 1만원(전통시장·직매장 2만원)에서 2만~4만원으로 늘어난다.

할인쿠폰을 통해 농·축·수산물의 가격을 20~30% 깎아주고, 여기에 대형마트·농협의 자체 할인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배추·무·양파·마늘·감자 등 채소류는 30~40%, 한우와 한돈은 20~30%, 명태·고등어·오징어와 광어·우럭 등 포장회는 최대 50%까지 가격을 내린다. 이외에도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 △전통시장 온라인 특별전 △우체국쇼핑 추석 선물대전 등의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성수품 20개 품목의 수급·가격 동향을 매일 점검한다. 이후 불안 조짐을 확인할 때마다 즉시 보완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물가 동향 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물가 동향 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대책은 올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추석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물가상승압력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년 전보다 6.3% 더 높아진 가운데 농축수산물은 7.1%, 채소류 가격은 25.9% 상승했다. 실제로 시금치 1kg 소매 평균가격(10일 기준)은 2만3633원으로 평년 평균보다 64.9% 높았다. 배추 한 포기도 6729원으로 평년 평균 대비 48.6% 뛰었다.

침수 피해 역시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번 폭우로 인해 305㏊(92만2625평)에 달하는 농작물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날 오후 기준 비닐하우스는 0.1㏊ 규모의 피해를 입었고, 농경지 유실·매몰 면적도 2.3㏊에 달한다. 가축도 2만533마리가 폐사했다.

아직 폭우가 끝나지 않았다는 기상 관측이 이어지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급·수요 모든 측면에서 물가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외적 물가상승압력도 여전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140.9p) 8.6%(전월대비) 내려 근 1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수 수준은 여전히 평균(10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은 통상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국내 밥상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7p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올해 추석 물가 안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대내외 악재가 쌓이면서 물가가 크게 올랐던 만큼, 이번 대책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상여건 악화, 대외 요인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목표로 하는 물가 수준까지 내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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