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합병 '도미노'···'분할의 시대'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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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포스코·KT·롯데, 주요 계열사 합병 검토
'규모 경제·재무 안정' 도모···IB업계, 긍정 평가
한화그룹 사옥
한화그룹 사옥. (사진=한화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이 올해 들어 중복·연관 사업을 하는 계열사간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주요 계열사를 분리했던 지난해까지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알짜 사업을 분할하면서 기존 주주들이 분할 신생회사에 대한 직접적 지분을 갖지 못하는 물적분할을 택했고,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주 권익 침해라는 원성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복합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 달성과 '기업 체질 개선'도모를 위한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복 사업부 통합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이 강했던 과거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목적과 달리, 최근에는 기업 체질 강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 재편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25일 재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요 대기업이 계열사 간 합병을 완료 또는 추진 중인 사례는 10건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 통합을 검토중이다. 다음달 중 이사회를 열고 이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대상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한화 방산 부문 등이 거론된다. 재계는 한화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방산 부문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 통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지분을 가진 한화디펜스를 흡수하고 한화에서 인적분할한 방산부문까지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화 방산 계열사는 통합법인과 한화시스템 2개사로 재편된다.

이를 통해 장갑차·자주포를 생산하며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합병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족한 투자 자금을 보강할 수 있다. 아울러 미래 사업 확장이 숙제였던 한화디펜스로서는 항공우주 등으로 진출할 토대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방산부문 물적분할 및 관계사와의 합병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주회사인 ㈜한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간의 합병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의결하고 1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두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터미널발전소를 갖고 있는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LNG사업 밸류체인을 일원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두 계열사가 보유한 약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활용해 LNG터미널 추가 인수 또는 LNG발전소 확충 등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  

KT도 미디어 자회사인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 간 합병을 검토중이다.

스카이TV는 KT그룹의 다중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다. 현대HCN의 자회였던 미디어지니(구 현대미디어)는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할 당시 KT스튜디오지니에 인수됐다. 이번 합병 검토는 같은 역할을 하는 그룹 계열사 미디어지니를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는 지난 4월 기존에 보유한 채널들을 ENA로 리브랜딩하며 통합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KT그룹 측은 "미디어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검토되는 사항 중 하나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이달 들어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병했고, 오뚜기도 자회사인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를 흡수합병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유망 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또는 부진했던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등 여러 목적으로 자회사간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유행했던 사업부 분할 후 사모펀드(PEF) 등 외부로부터 자금 유치 등 이른바 '사업 분할' 전략은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지난해까지 유행처럼 번진 물적 분할 사례 역시 종종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세아베스틸은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베스틸을 물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 등'으로 이어지던 기존의 지배구조를 '세아베스틸지주→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 등'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게 세아그룹측 설명이다. 

DB하이텍 역시 반도체 설계(팹리스) 사업을 떼내 신설 법인을 만든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신설법인 분할 배경에 대해서 기업공개(IPO)를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외 DB월드, DB에프아이에스, DB메탈, 동부철구 등 계열사들의 자산총액 증가로 인한 지주사 강제전환도 분할 배경으로 거론된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분할 추진 소식은 올들어 합병을 결정하는 기업 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금리 상승기인데다가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만큼 앞으로 자회사간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재무적 안정화 등을 도모하는 사례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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