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M17 증설 보류···최태원 "전술적 투자 늦출수도"
SK하이닉스, M17 증설 보류···최태원 "전술적 투자 늦출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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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사회 "신중 검토" 결정···4.3조 신규 팹 투자 '제동'
TSMC, 마이크론, LG엔솔 등 국내외 업체들도 투자 계획 재검토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가 최근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공장증설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고환율·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결국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해놓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돼야 하지만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향후 공장 증설 일정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장 증설이 보류된 데는 최근 세계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한 글로벌 D램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3~8%)보다 눈높이를 더 낮췄다.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공장에서 D램과 낸드 중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지는 향후 시장을 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는데 현재로선 둘 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원화 약세로 원자잿값 등 수입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투자 비용이 당초 구상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증설 계획 보류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개최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개최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 계획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내년 자본지출을 25%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마트폰부터 서버까지 모든 분야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초 세웠던 내년도 생산능력 확장을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투자를 지연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할 수 있다"며 "재료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조정하는 경우 투자를 지연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한다는 얘기를 하진 않겠다. 그럴 계획은 없다"며 "집행하려는 부분은 그대로 간다"고 투자 취소 가능성은 일축했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업체들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최근 2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고 연간 매출액 증가 전망치도 기존 26∼29%에서 30%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증가와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투자(CAPEX) 계획은 기존 400억∼4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향후 수개 분기에 걸쳐 공급 증가를 조절하기 위해 조처하고 있다"며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미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9일 투자계획 재검토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내용이 확정되면 1개월 이내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총 1000조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당초 투자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고물가·고환율 등에 따라 손익계산서를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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