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탕감 아니다' 해명에도···취약층 채무조정 '모럴해저드' 논란
'빚탕감 아니다' 해명에도···취약층 채무조정 '모럴해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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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이자감면···형평성·도덕적해이 논란 불가피
30兆 새출발기금 운영···그외 취약차주도 채무조정
은행권에 소상공인 지원 자체 연장 요구···현장 혼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청년·취약차주 대상 대규모 금융지원 대책을 두고 금융당국이 투자실패자에 대한 구제책이 아니란 해명을 내놨지만 불공정 논란과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번 금융지원 대책에 포함된 취약차주가 주식, 가상자산 등에 대한 투자실패로 어려움에 빠진 것인지, 실직·생계 등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직, 생계, 투자손실에 대한 구분 없이 취약차주가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돕겠다는 입장이어서 형평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채무상환이 어려워진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 청년층 등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총 125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지원은 크게 △새출발기금을 통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저금리대환 프로그램 △청년 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 등으로 이뤄진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이지만 시작 전부터 도덕적해이, 시장 혼란 등의 논란이 제기된 이유는 지원대상과 혜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앞서 발표한 대책에서 금융당국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대출연체 우려가 있는 소상공인에 금리인하, 장기분할상환(최대 10~20년), 거치기간(최대 1~3년) 부여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연체가 90일 이상으로, 빚 갚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원금을 60~90% 감면해주기로 했다. 실직, 생계, 투자실패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서민층에 대해선 이자를 감면하거나 원금 상환유예 기간을 최대 3년 부여하기로 했다.

쟁점은 투자손실로 생계가 어려워진 대출자와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대출자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은 부실화된 배경과 상관 없이 스스로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취약차주라면 이번 대책을 통해 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취약층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 아니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자가 상환능력이 없어서 금융지원을 받아야 될 정도의 사람인지를 은행이 먼저 파악하게 될텐데, 투자를 잘못해서 부실이 난 건지 대출자가 먼저 얘기해주기 전에는 은행이 사실상 알기 어렵다"며 "이번 대책이 과정에 상관 없이 결과적으로 부실화됐다면 지원해준다는 얘기라서 차주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를 해서 수익이 나면 투자자가 가져가고, 손실이 나서 정부가 보전해준다면 투자의 기본원칙인 자기책임원칙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결국 해소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는 9월 코로나대출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대상 차주의 90~95%에 대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당국 지침을 두고도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침이 사실상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을 두고 당국과 업계가 상반된 입장이어서 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9월 이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에 해당되는 소상공인을 가려내려면 당국 차원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른 지원조치들은 이미 당국과 얘기됐던 사항이지만 은행 자율적으로 90~95%에 대해 만기연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며 "큰 틀에서 방향성만 잡혔지 내용은 두루뭉술해서 나중에 가이드라인이 협회 통해 나오지 않는 이상 개별 은행이 먼저 나서서 지원책을 마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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