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어쩌나"···'빅스텝'에 고심 커진 저축銀
"수신금리 어쩌나"···'빅스텝'에 고심 커진 저축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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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기 정기예금 3.16%···9년 만에 3%대 상회
6% 적금 상품도 등장···4%대 정기예금도 가시화
신중한 움직임도 관측···"유동성 보고 판단할 것"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금융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앞다투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이에 맞대응해야 하는 저축은행들의 고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 등에 필요한 운영 자금 대부분을 수신(예·적금)상품으로부터 조달하는데, 시중은행과의 자금 유치 쟁탈전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수신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해 고객들이 맡긴 수신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저축은행 입장에선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16%로 한 달 전(2.95%)과 비교해 0.21%p 올랐다. 1년 전(1.88%)과 비교하면 1.28%p나 뛰었다.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연 3%대를 웃돈 것은 지난 2013년 6월6일(3.00%) 이후 9년 만이다.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은 올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역대 최저인 연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 지난해 8월,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이상 각 0.25%p)에 이어 지난 13일 '빅스텝'을 밟는 등 1년 새 기준금리를 총 여섯 차례 인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9년 만에 3%대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엔 6%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도 등장했다.

BNK저축은행의 '삼삼한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최대 연 3.76%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3.6%이나 온라인으로 가입 시 0.1%p 우대금리가 적용되며, 만기 때 이자를 한 번에 받는 '복리식'을 선택할 경우 수익률을 포함해 최고 연 3.76%의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한국투자은행은 지난 13일 최대 연 6.0%의 금리를 제공하는 '플렉스(FLEX)' 정기적금' 특판을 출시했다. 상품은 한국투자저축은행 디지털 금융플랫폼 'KEY뱅크' 전용 상품으로 12주(13일~9월28일)간 매주 수요일 선착순 1212명에게 풀린다. 6개월 만기 상품으로, 납입금액은 최대 20만원까지 가능하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시작된 '제로 금리' 시대를 넘어 3%대 후반 예금·6% 적금 상품이 등장한데 이어 4%대 예금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자금조달 루트가 다양한 시중은행들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수신상품 판매를 통해 자금조달하기 때문에 수신금리 인상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이달부터 저축은행의 예대율 적용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도 100%로 환원된다. 예대율은 예금 잔액에 대해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지금까지는 코로나19 대출 지원을 명목으로 최대 110%까지 늘릴 수 있었다.

저축은행 업계는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에 빠르게 동조하기보다 일단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린 탓도 있지만, 1금융권 내 움직임을 살핀 뒤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13일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최대 0.9%p 인상에 나섰고, △우리은행 0.8%p △농협은행 0.6%p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선제적으로 수신금리를 최고 0.7%p 인상했고, KB국민은행은 내주 초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기준 인하와 맞물려 수신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릴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저축은행 업계는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금리 변화에 따른 파급 영향도 상대적으로 늦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1금융권 내 변화를 보고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상황에 따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과거 금리 변동이 없을 때에도 예·적금 금리가 1년에 많게는 30~50번씩 움직이기도 한다"며 "금리 변동보다는 자체 유동성 이슈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하반기 금리가 올라가겠지만,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각 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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