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같은 듯 다른 듯···삼성전기·LG이노텍 '1.4조 투자' 차이는?
[뉴스톡톡] 같은 듯 다른 듯···삼성전기·LG이노텍 '1.4조 투자' 차이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왼쪽)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각 사)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왼쪽)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삼성전기가 지난해 말과 올해 2월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생산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1조4200억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한데 이어 LG이노텍 역시 6일 구미공장에 1조4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FC-BGA는 PC, 서버, 네트워크 등의 반도체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데 비해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가 적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현재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그만큼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세계 시장 기준으로는 이비덴, 신코덴키, 교세라, 토판(이상 일본 부품사) 등과 유니마이크론, 난야, 킨서스(이상 대만 부품사) 등 일본과 대만 부품사들이 이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다. 이외 한국 부품 업체 가운데 FC-BGA 분야 세계 10위 이내 캐퍼(생산능력)를 갖춘 곳은 삼성전기와 대덕전자가 꼽힌다.

국내 대표 IT 부품사로 꼽히는 LG이노텍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나온 이후  FC-BGA 생산능력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각변동까지 거론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삼성전기, LG이노텍 모두 1조4000억원 수준의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지만, 세부적 투자 대상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 투자와 양산 속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다소 나는 것도 이같은 시각의 근거로 들 수 있다.

우선 LG이노텍의 투자 발표액 1조4000억원 가운데 약 3000억원은 양산 장비 구매가 아닌 공장 부지를 사는데 들어간다는 점이다.

LG이노텍은 지난달 9일 이사회를 열고 LG전자로부터 구미 제4공장(LG전자 기준 A3 공장)을 2834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LG전자의 기존 구미 A3 공장은 태양광 사업 등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LG전자가 이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LG이노텍이 사들여 FC-BGA 사업 등 기판소재와 광학솔루션 사업을 하는 제4공장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이사회 결의 직후인 지난달 10일 이미 잔금을 지급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에 발표한 1조4000억원의 투자액에는 구미 제4공장 인수금액 2834억원도 포함됐다는 것이고, 이는 장비 구매를 위한 기초적인 부지 확보일 뿐, 양산 능력에 대한 직접적 투자라고 보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두번째는 이번 투자가 FC-BGA 생산 능력보다는 기존 사업인 광학솔루션 생산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비아트론, 바이옵트로, 에스티아이 등 국내 FC-BGA 장비 업체들이 니코머티리얼, 니덱-리드 등 일본 업체들의 독점을 대체하기 위해 그간 치열하게 기술 경쟁력을 높여 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LG이노텍 입장에서 보면 이비덴, 유니마이크론 등 일본 및 대만사들이 자리매김한 FC-BGA 시장보다는, 이미 경쟁력을 확고히 해 둔 광학솔루션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감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당초 올해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 시설에 신규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1조560억원이다. 이 투자액은 올해초부터 연말까지 집행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이미 상반기 투자된 금액을 제외한 하반기 투자 예정 금액은 이번 구미공장 투자 규모 1조4000억원에 포함됐다. 단순 셈법으로 추정해 1조560억원 가운데 상반기 절반, 하반기 절반으로 가정할 경우, 6일 발표한 1조4000억원 투자 계획 가운데 5000억원 이상은 FC-BGA 투자가 아닌 기존 광학솔루션 투자액에 해당되는 셈이다.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에 1조원대 신규투자를 올해안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LG이노텍의 카메라렌즈 주 고객사의 제품 출시에 대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주고객사인 A사가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스마트폰 신제품의 전면 카메라 부품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FC-BGA 장비 투자만 따로 분리해 살펴보자면, 1조4000억원 가운데 구미 제4공장 인수금액과 광학솔루션 신규 투자액를 제외하면 4000억~6000억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앞서 올해 2월 22일 LG이노텍이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FC-BGA 투자계획 4천130억원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LG이노텍의 FC-BGA 시설에 대한 이번 투자계획은 2024년 4월까지 이뤄진다. 이에 따라 FC-BGA 양산은 2024년 4월쯤 시작되는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쯤이면, 왠지 'FC-BGA 시장을 놓고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한판 경쟁을 벌인다'는 식의 뉴스 기사 제목들은 삼성전기로서는 달갑지 않을 듯도 하다.

이미 삼성전기는 PC용 CPU기판에 FC-BGA를 공급한데다가, 더 나아가 고난이도에 속하는 데이터센터용 CPU 뿐 아니라 GPU 시장까지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 아마존, 애플 글로벌 IT 공룡들을 대상으로 공급처 확대도 추진중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장덕현 사장이 전장 부품과 더불어 미래 성장축으로 야심차게 밀고 있는 사업이 바로 FC-BGA이기도 하다.

대덕전자 역시 북미 글로벌 기업과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미 전장용 FC-BGA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이 분야 대표 주자다. 최근 2년간 시설투자금액만 5400억원으로, LG이노텍의 이번 투자 규모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들 기업과 비교하면 LG이노텍은 적어도 FC-BGA 분야에서만큼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장비의 리드타임(장비 발주에서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히는 것처럼, FC-BGA 분야 역시 장비 확보가 만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렇다고 LG이노텍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학솔루션 등 기존 사업 분야에서 끌어당긴 수익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욱 공격적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 기존 사업에서의 확고한 입지에 더해 FC-BGA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뤄낸다면 IT 부품 기업으로서의 LG이노텍의 전망은 상당히 밝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시대를 개막한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의 묘수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