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오르는 금리에···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쑥'·수용률 '뚝'
자고 나면 오르는 금리에···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쑥'·수용률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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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신청 건수 1년새 3배↑
같은 기간 수용률 '52.4%→39.3%'
제각각 기준에 제도개선 실효성 의문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날로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이자를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제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금리인하 청구 건수는 전년에 비해 3배 늘어났을 정도로 폭증했다.

다만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시장의 체감도는 아직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청 건수와 반대로 수용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인데, 차주의 신용 상태가 개선되더라도 은행 내부 판단에 따라 수용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2020년 5만6551건에서 2021년 17만6989건으로 1년 새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재산이 늘었거나 연봉이 오르는 등 신용상태 개선이 이뤄졌을 경우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인하 요구를 거절 또는 지연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불공정 영업행위로 과징금·과태료의 부과 대상이 된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관심은 최근 본격적인 금리상승기가 도래하면서 부쩍 늘어난 상태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손쉽게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는 차주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앱으로 신청하면 영업점과 통화 후 서류를 팩스로 보내면 되는 방식이어서 신용상태가 개선이 안 됐더라도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청이 늘어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과 달리 수용률은 같은 기간 52.4%에서 39.3%로 되레 낮아졌다. 신청을 했더라도 10건 가운데 6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의 수용률이 일제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불수용 결정의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금리인하요구에 대한 거절 사유를 은행들이 설명하도록 돼 있지만, 차주들이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신용점수와 은행 내부 신용등급 간 차이 등 눈높이가 다른 데다 그 기준을 알 수 없어 불수용 이유를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한 차주가 A은행에 신청한 금리인하요구권이 거절당했을 경우 A은행에선 "연소득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내부 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행 내부 신용등급은 외부 신용등급, 부채규모 외에도 내부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차주는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답변을 듣기 힘든 구조다.

더구나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은 사실상 금리인하요구권 혜택이 없다고 은행들은 설명한다.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른 차이가 크지만, 주담대와 전세대출은 등급 변동에 의한 차이가 없다는 것.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주담대 차주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고 있지만, 주담대를 비롯한 전세대출 차주의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들 상품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신용도에 따른 편차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 금리인상기에 금리인하요구권 제도의 유용성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점을 인지한 금융 당국도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우선 금리 인하 비교 공시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금융사는 매반기마다 정기적으로 운용실적을 금융업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지난달 말 실적부터 8월 말 전까지 공시될 예정이다.

당국의 수장도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운용을 활성화해 금융소비자들의 금리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0일에는 보험사들에도 "금리인하요구권이 보다 활성화‧내실화될 수 있도록 소비자 안내를 강화해주기 바란다"며 "금감원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현황 공시 등을 통해 해당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제도개선이 실제 수용률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급격한 금리상승분을 상쇄하긴 힘들 뿐더러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키를 쥔 은행들의 반응 자체도 회의적인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심사할 때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고, 은행 내부 판단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것이라 공시를 통해 수용률이 얼마나 높아질지는 알 수 없다"면서 "신용대출 차주의 경우 신용등급이 올랐을 때 거절할 수 없지만, 이 외의 경우라면 당국의 압박에도 승인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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