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란②] 수출로 돈 법니다
[횡재세 논란②] 수출로 돈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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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횡재세 부과 방안 논의 중···"혼자만 배불러선 안돼"
글로벌사 원유로만 50~100달러 이익···국내와 수익 구조 달라
에너지 패러다임 갈림길···법안 통과시 투자 비용 세금낼 판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혼자만 배부른 정유사들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며 우발이익세 혹은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 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사들 혼자만 배불리려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4월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와 정부의 감세 조치로 앉아서 거액의 이익을 올린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거둬 국민들에게 배당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의 주장대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인 총 4조7668억원을 벌었고, 2분기에는 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같은 전망에 이변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정치권의 주장처럼 정유사들이 가만히 앉아서 거액의 이익을 올린걸까요?

글로벌 정유사들은 대부분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광구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퍼올린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배럴당 4달러, 미국의 셰일업계는 50달러 내외입니다. 국제유가가 지금 110달러 전후에서 거래되니 물 퍼올리듯 원유를 퍼올리기만 하면 50~100달러를 남기게 되는 거죠.

그럼에도 글로벌 정유사들이 원유 생산을 꺼리는 건 6~7년에 걸쳐 생산시설을 다 지은 뒤에 맞닥뜨리게 될 탈탄소 정책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할 때 쯤 되면 다들 전기로 에너지원을 바꿀텐데 굳이 화석연료 생산 시설에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른 겁니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사정이 판이합니다. 일단 광구가 없어서 국제유가를 모두 주고 원유를 사 와야 합니다. 할인이고 뭐고 없습니다. 오히려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식판매가격(OSP, Official Selling Price)이라고 해서 수급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고 있습니다.

그나마 구입한 원유를 배로 싣고 오는 동안 가격이 오르면 이걸 장부에 수익으로 반영합니다. 바로 재고평가이익입니다. 지난 1월 3일 구입한 두바이유가 77.03달러이고, 3월 31일 101.87달러니까 장부상으로는 이미 33.25%의 수익을 낸 겁니다.

반대로 유가가 한창 비싼 지난 3월 8일 122.53달러에 원유를 사서 3개월 뒤인 6월 8일 가격인 117.50달러를 장부에 기록한다면 4.11% 손실을 보게 됩니다.

정유사의 1분기 영업이익 4조원 중 약 40%가 이런식으로 장부에만 기록된 재고평가이익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정유사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구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갖고 와서 휘발유나 경유, 항공유, LPG 등 연료나 납사 등 플라스틱 원료 제품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이 때 생기는 이익이 정제마진입니다.

사실 정유사들마다 제품 생산 비율이나 생산 원가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회사별 정제마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싱가포르 정제마진을 활용해 정유사의 이익을 추정하게 됩니다.

지난 4주차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9.5달러였습니다. 그럼 이번 주 휘발유 제품을 판매할 때는 생산 원가에 29.5달러±α를 붙여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식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달러 내외입니다. 최근에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7~8달러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이를 반영하면 정유사는 배럴당 20달러 초반의 이익을 남길 수 있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빼야할 항목이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사우디의 OSP 입니다. 6월에는 4.40달러였으니 실제 이익은 배럴당 15~16달러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여기에 대리점이나 주유소까지 공급하는 운송비 등을 반영하면 이익은 점점 더 줄어듭니다. 이 마저도 OECD 국가 대비 80% 수준의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정유사들은 대체 어디서 그 많은 이익을 남긴걸까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능력이 세계 5위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하루 357만2000배럴을 정제할 수 있어, 일본(6위)보다 순위가 높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을 수출해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대한석유협회(KP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120억300만달러로 지난 2014년 3분기(123억3300만달러) 이후 8년만에 최고치였습니다. 수출량으로 보면 1억899만배럴입니다.

산업부가 발표한 지난 5월 수출입동향 자료를 보면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64억500만달러(한화 약 8조3000억원)로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컸습니다. 수출총액이 615억2000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비중이 10%가 넘습니다. 지난 4월에도 석유제품 수출액은 51억2000만달러로 두번째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글로벌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으로 인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블루 암모니아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했습니다. 

브리티시 페트롤륨(BP)는 2030년말까지 180억달러를 투자해 영국의 에너지 전환을 돕기로 했지만 영국 정부의 횡재세 부과 결정에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로지 정제 기술로만 이익을 내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은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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