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후판가 협상 돌입···동결 가능성 '무게'
조선-철강업계, 후판가 협상 돌입···동결 가능성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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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원자재가 하락···조선사 "실적개선 타이밍"
글로벌 경기 침체·불황 전망···철강사 "합리적으로 협상"
조선 빅3. (사진=각 사)
조선 빅3.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철강사들과 실적으로 직결되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놓고 협상에 돌입했다.

특히 조선사들은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의 상승 추세 등을 이유로 지속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서 재정 부담을 겪어왔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는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빅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를 포함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최근 철강사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후판가는 업계 실적과 경영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아직 이른 감이 있으나 하반기에는 최근 원자재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추세를 반영해 동결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판은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양 업계는 통상적으로 한해 총 두 번(상반기, 하반기) 후판 가격을 협상해오고 있다.

그간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조선 선박용 후판 가격을 인상해왔다. 협상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가격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톤(t)당 10만~40만원씩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20년 t당 60만원이었던 후판값은 2배로 뛰게 됐고, 당시 일감이 없던 조선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지난해 조선 빅3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후판 등 자재단가 인하 둔화 가능성으로 인한 원가 선반영의 요인으로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 1분기만 공사손실충당금을 최대 4000억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하반기 협상의 경우 인상보다는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선용 후판 가격의 약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철광석·제철용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15달러(14만8637원)로, 전주 평균치 대비 5.85%(7.15달러) 하락했다. 올해 중 철광석 가격이 가장 높았던 3월 7일 162.75달러(21만386원)과 비교했을 때는 29.33% 급락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t당 376.81달러로, 이는 3월 역대 최고치였던 662.75달러 대비 43.1% 떨어진 금액이다. 

조선사들은 10년만에 슈퍼사이클에 진입함으로써 실적 개선에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임을 강조하면서 하반기 후판 가격이 하락하거나 최소 동결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된 데다 중국 봉쇄 해제 이후에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있어 철강 업황도 밝지 않다는 점을 들며 협상이 순탄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봉쇄를 완화하고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에 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가 지속 유지되고 있고 중국의 철강 수요 사태도 영향을 미치면서 철강업계의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 업계간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합리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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