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금리 상승기에도 '낙이 없다'···딜레마에 빠진 저축은행
[초점] 금리 상승기에도 '낙이 없다'···딜레마에 빠진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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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과 인뱅 사이에 끼어 금리 경쟁력 갖지 못해
대출 자원조달 수신상품 '외길'···시은에 절대 열세
인뱅과의 중금리 대출 경쟁서 금리 인하여력 없어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금리상승기를 맞았지만 저축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뱅킹 사이에 갇힌 채 금리경쟁력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대출금리(여신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고, 예금금리(수신금리)는 '찔끔' 올리는 방식으로 '이자장사'를 해 왔다. 반면 시중은행과 고객유치 경쟁을 해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신금리는 발빠르게 올려야 하는데 비해 대출금리 인상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사가 내놓은 1년만기 정기예금 상품 280개 중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108개(38.5%)로 집계됐다. 10개 중 4개 상품이 3% 이상 예금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동원제일저축은행은 지난 3일 1년 만기 기준 처음으로 연 3.5%의 '회전정기예금-비대면(변동금리)' 상품을 내놨다. 이에 앞서 하나저축은행의 비대면 전용상품인 '세바퀴 정기예금'도 연 3.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스마트저축은행·참저축은행(3.35%) △상상인저축은행(3.31%) △HB저축은행·다올저축은행·머스트삼일저축은행·애큐온·인천저축은행·키움저축은행(3.30%) 등도 3%대 예금금리 상품을 팔고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 업계가 앞다퉈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은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서다. 한은은 올해만 0.25%포인트(p)씩 총 세 차례에 걸쳐 금리(1.00%→1.75%)를 인상했다. 여기에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2~3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4%대 예금상품 출시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갖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수신상품을 통해 조달하는 단순한 구조다. 

고객 입장에서도 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시중은행과 같거나 엇비슷할 경우 굳이 저축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다. 좋든 싫든 저축은행 입장에선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해야 수신상품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신금리를 둘러싼 시중은행과 경쟁뿐 아니라 저축은행 간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수신 금리에 있어) 이같은 인상 기조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연말까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출금리를 무작정 올리기도 쉽지 않다. 최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대출영업에 나서면서 저축은행 역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36곳이 지난달 신규 취급하는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4.51%로, 연초(14.63%)와 비교해 0.12%p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저축은행의 운신의 폭도 줄었다. 기준금리는 올라가지만 금리 상단은 낮아지면서 대출금리의 상승 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은 전반적으로 1금융권보다 유인책이 강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 금리를 더욱 높게 가져가야 하는데, 그 오름세가 빨라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저축은행 업계 대부분의 수익이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만큼,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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