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유통업 규제
[기자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유통업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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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신의 거주지 주변을 대표할만한 복합쇼핑몰이나 백화점‧대형마트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거주지를 이탈해 해당 시설이 있는 곳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혹은 거주지 주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영업시간 제한·의무 휴업으로 인해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일시적으로 생필품 조달이 어려울 것이다.

실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대형마트·SSM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의무 휴업일 지정·출점 제한이 적용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통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고대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 과정에서 내세운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이행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건설될 경우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취지의 유통산업발전법도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서다. 

그간 유통기업들은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출점하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사회단체·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신세계는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신세계 주변 부지에 특급호텔과 이마트, 백화점, 면세점까지 갖춘 복합시설이 설립을 발표했다가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혀 물러섰다. 이마트도 2010년 광주 북구 매곡동에 추가 출점을 고려하다가 지자체와 소송 끝에 포기했다. 이마트는 2019년에도 남광주 시장에 노브랜드 매장을 열려다 해당 시장 상인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통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97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애초 소비자 보호·국민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대형 유통업체 규제 중심으로 바뀌었다.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이 입점하지 못하게 되고, 월 2회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 지정됐다. 

이듬해 SSM 출점 제한구역은 전통시장 반경 1㎞로 넓어졌다. 2012년에는 대형마트·SSM의 24시간 영업을 막았다. 이후 의무 휴업 대상이 복합쇼핑몰·면세점으로 확대되고 출점 제한구역을 1㎞에서 20㎞로 넓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올 4월부터는 지역상권법 시행으로 지역 상인들이 반대할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열지 못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제정됐다. 이 때문에 유통업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유통산업 무게추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급격하게 이동했음에도 규제는 바뀌지 않았다. 

쿠팡·네이버·카카오 등은 공휴일·주말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반면 오프라인과 연계된 SSG닷컴은 운영 중인 이마트 내 PP센터에서 휴업일과 심야시간(자정~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주문에 대해 배송할 수 없다. 2012년 개정된 법에 따라 월 2회 주말 의무휴업과 자정 이후 영업금지 대상인 탓이다.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 전용센터는 의무휴업일과 무관하지만, 롯데마트 배송 권역과 겹치면 안 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제정 취지였던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온라인 유통업체만 반사이익을 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의 출점 제한·의무 휴업으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복합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해당 시설에서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고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현실을 반영한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을 통해 유통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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