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시대下] 치솟는 환율···통화스와프 체결 가능할까?
[强달러시대下] 치솟는 환율···통화스와프 체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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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 재점화
"'안전판' 역할 확실···공론화에 따른 역효과는 과도한 우려"
"强달러, 하반기 이후 약보합 전망···논의, 급할 필요 없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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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논의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선 원·달러 환율 탓에 관련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통화스와프가 금융·외환시장에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다. 반면 최근 환율이 '빅피겨'(큰 자릿수)인 1300원을 위협하지만,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경제위기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과 경제 안보, 국제 현안에 대한 양국의 기여 등 '3대 의제'를 핵심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최종 안건에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논의가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란 두 국가가 특정 날짜 또는 기간(만기) 내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서로의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말한다. 쉽게 말해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지 꺼내서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말 종료됐다.

통화스와프 논란이 재점화한 것은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빅피겨인 1300원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 중 지난 12~13일 이틀 연속 1291원선까지 올라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 중 견조한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이 일방적인 통화긴축 행보를 보이며 글로벌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00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은 수출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및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마냥 호재로 보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원화 가치 하락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다.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무역수지도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치권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의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장치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우리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의 장점은 명확하다. 경제 위기 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이에 따른 환율의 급등(원화 평가 절하)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로 지난해 3월19일(현지시간) 원·달러 환율은 당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과 비교해 약 3.3%(실제 하락률 -3.0%) 내렸고, 이후 2주간 평균 2.1%의 환율 하락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위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보험'을 들어둬서 나쁜 것이 없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스와프 논란은) 뜻하지 않는 위기에 방어막, 안전판 역할을 마련하기 위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불확실성이 온전히 걷힌 상황이 아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상시 체결을 끌어낼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협상이 '주고받기'로 이뤄지는 것이다 보니 반도체 동맹 및 '쿼드' 가입 등의 요구를 내놓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통화스와프 체결이 굉장한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달러 가치 강세가 미국 입장에서 반드시 좋다고 할 수도 없으며, 반대급부로 무리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통화스와프 체결이 이뤄지면 다른 국가들도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해 미국도 쉽게 체결하려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과거 통화스와프 체결 사례도 있으며, 미국과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무역국이라는 점에서 원화 안정이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스와프 의제를 꺼내는 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미국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일본·영국·스위스·캐나다 등 5개국과 상시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이는 대개 유로화·엔화 등 달러 이외의 기축통화를 필요할 때 쓰기 위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우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연준의 체결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처럼 환율이 하반기 이후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기대가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는 것만으로 통화스와프를 논의하기에는 이후로의 상황을 더욱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통화스와프 논란이 제기된 이유는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종료된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향후 양적긴축(QT), 빅스텝 등을 고려할 때 고점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 연준이 현재까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행보보다 더 강력한 언급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현 긴축 정도를 반영한 고점이 원·달러 환율로는 1290원대, 달러인덱스(달러화가치)로는 104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라가르드 총재 역시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하반기 이후 상대적 약세를 보였던 유로화·파운드화가 강해지고 강(强)달러는 약보함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이런 흐름에서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통화스와프를 지금 긴박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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