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 공포 엄습, 환율 사흘째 연고점·코스피 2%대 급락
스태그 공포 엄습, 환율 사흘째 연고점·코스피 2%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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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3%대 하락···원·달러 환율 1278.1
10일 코스피지수 추이
10일 코스피지수 추이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촉발된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국내 금융시장도 수일째 휘청거리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낙폭을 2%대까지 확대하며 2550선으로 미끄러졌고,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중국의 봉쇄 강화 가능성 등이 투자심리를 한껏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9일 오전 9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53.96p(2.07%) 내린 2556.85를 나타내며 엿새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68p(0.79%) 하락한 2590.13에 출발한 뒤 낙폭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는 1월 28일 기록한 장중 2591.53보다 낮은 연중 최저점이자 2020년 11월30일(2591.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 상승 동시 발생) 공포가 확산하면서 폭락했다.

9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53.67p(1.99%) 하락한 3만2245.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32.10p(3.20%) 떨어진 3991.24를, 나스닥 지수는 521.41p(4.29%) 밀린 1만1623.25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종가 기준 2021년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1년 만에 4000 아래로 떨어졌다. 지수는 1월 고점 대비로는 17%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52주래 최고치 대비 28% 하락해 약세장이 깊어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지난해 3월 9일 이후 최저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통화 긴축 전환 우려에 아마존(-5.2%), 넷플릭스(-4.4%), 마이크로소프트(-3.7%), 애플(-3.3%) 등 대형 기술주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중국의 경제 봉쇄 확대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그 여파로 경기 둔화 이슈가 부각되자 하락 출발했다"면서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의 발표로 국채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연준에 대한 신뢰 부족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매물이 출회됐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미 증시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부각으로 하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특히 기술주의 하락이 뚜렷한 가운데 에너지 업종 등 대부분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투자주체별로는 엿새 만에 '팔자'로 돌아선 개인이 1191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3억원, 884억원어치 사들이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비차익거래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총 564억9100만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업종별로 섬유의복(-3.50%)을 필두로 비금속광물(-3.20%), 종이목재(-2.85%), 의료정밀(-3.07%), 운수창고(-3.10%), 건설업(-2.76%), 화학(-2.85%), 보험(-2.75%), 기계(-2.46%), 철강금속(-2.63%), 금융업(-2.50%), 서비스업(-2.42%), 유통업(-2.29%) 등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 종목이 우세하다. 대장주 삼성전자(-1.06%)가 사흘째 내림세고, LG에너지솔루션(-2.66%), 삼성바이오로직스(-0.13%), NAVER(-1.64%), 삼성SDI(-2.71%), 현대차(-1.93%), 카카오(-2.50%), LG화학(-4.37%) 등도 지수 급락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보합 흐름이다.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상승 종목(880곳)이 하락 종목(28곳)을 압도하고 있고, 변동 없는 종목은 이고, 변동 없는 종목은 13곳이다. 

코스닥지수는 26.47p(3.07%) 내린 834.37을 가리키며 나흘째 약세를 지속 중이다. 지수는 전일보다 12.76p(1.48%) 내린 848.08에 출발한 뒤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830선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는 연중 최저점이자 2020년 11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3.85%)을 비롯, 셀트리온헬스케어(-2.37%), 엘앤에프(-2.86%), 카카오게임즈(-3.16%), 펄어비스(-2.97%), HLB(-1.86%), 셀트리온제약(-2.73%), CJ ENM(-1.65%), 천보(-3.82%), 리노공업(-4.34%)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동반 하락하면서 지수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74.0원)보다 2.0원 높은 1276.0원으로 개장해 급등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장중 1278.1원까지 뛰어오르면서 3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23일(1282.5원) 이후 2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오전 10시 기준 1278.0원에 거래되고 있다.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이유로 잠시 시장에 안정화가 찾아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미 비농업 고용지표 개선세는 연준의 긴축 태도를 정당화시키며 강(强)달러 흐름을 지지했다. 아울러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유가 하락 등의 영향에 영국 파운드화·호주 달러화·캐나다 달러화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 이후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이는 실물 경기를 반영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시장의 평가가 쏟아졌다. 실제 경기의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중앙은행이 시장 제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인식이 이어지면서 투심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 확대에 따른 경기 경착륙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 심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 긴축 가속도를 비롯해 중국 수출입 둔화에 의한 글로벌 경기경색 우려도 단기간 해소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라면서 "나스닥이 재차 4%대 이상 하락을 기록했고 국내 증시 외인 순매도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경색 우려에 위험자산 투매가 지속하며 1270원 구간에서 고점을 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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