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혼란 부추기는 인수위 '말말말'
[기자수첩] 부동산 혼란 부추기는 인수위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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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좀 혼란이 있는 것 같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자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공식적인 입장"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안 위원장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해당 발언이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 25일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상황에서, 뒤로 미루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중장기'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당연히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지역에서는 큰 반발이 나왔다. 모 유명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정권 잡았으니 나 몰라라 하는 거냐", "공약의 공은 빌 공자였느냐" 등의 거친 말들도 쏟아졌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인수위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다음 날인 26일 오전 심교언 부동산TF 팀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했다. 그는 "1기 신도시가 중장기 검토과제라는 표현에 대해 오해가 있어 정정한다"며 "당선인의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으로,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루 만에 말 바꾸기'라는 웃지 못 할 일이, 대통령직을 인수해 차기 정부 정책을 준비하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눈치 보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중심을 잡고 우직하게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내부 소통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인수위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일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부동산TF에서 순조롭게 정책 검토를 진행 중이며, 기재부와 국토부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대외적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몇 시간 뒤, 안철수 위원장은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좀 바로잡겠다. 장관 청문회 때,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당시엔 정책 발표 시점에 관해 말을 바꾼 것이다.

앞서 이번 대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동산 선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투표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만큼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커졌고, 국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차기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취임 전부터 안 그래도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자꾸 혼란만 주고 있다. 인수위에서 '말 바꾸기'가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발표가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갈 지(之)자 행보'를 멈추고,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 마련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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