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 종식돼도 글로벌 '원자재 쇼크' 상당기간 지속"
"우크라사태 종식돼도 글로벌 '원자재 쇼크' 상당기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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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원유·비철금속·곡물 공급 차질···구조적 수급 불균형"
원유 시추 모습 (사진=픽사베이)
원유 시추 모습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국제유가·니켈·천연가스 가격급등으로 인한 글로벌 원자재 쇼크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요국이 러시아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원자재의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이 단시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4일 한국은행의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국제원자재시장 수급여건 점검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 원자재시장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빠른 경기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강화로 원유증산이 제약되고 비철금속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전력난으로 비철금속 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가격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를 통해 비(非)에너지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전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요 원자재 공급에 차질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15.6%)은 2020년 6월(21.3%) 이후 1년9개월 만에, 화학제품(2.8%)은 2021년 4월(3.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먼저 한은은 탄소중립정책으로 원유생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원유 생산능력이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이끄는 동맹국인 OPEC+의 원유 감산규모 축소과정에서 실제 생산량도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감소 전망에 영향을 받아 투자를 축소한 것이 주효했다. 

한은은 "특히 원유생산 투자를 외국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정세불안 등으로 투자가 축소되면서 생산량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며 "현재 OPEC+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만 충분한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증산이 더디게 이뤄질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정책은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국이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 및 친환경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비철금속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중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 규모는 3588억달러로 전체 전력부문에 대한 투자의 46.1%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주요국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 청정에너지 설비부문은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해 기존 발전설비 대비 구리, 알루미늄, 니켈 수요를 점점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중 비철금속 평균수요는 비철금속별로 2010년의 2~6배씩 증가할 전망이다.

경기회복과 탄소중립정책 추진 과정에서 석탄, 천연가스에 대한 수급불균형으로 중국과 유럽이 전력난을 겪으면서 비철금속 생산이 감소한 탓도 컸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이 전세계 비철금속 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올해 1~2월 생산량은 1년 전에 비해 0.5%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경우 저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기료가 급등하자 주요 비철금속 제련업체들이 감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는 원자재공급을 감소시켜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천연가스는 러시아가 가스공급에 루블화 대금지급을 요구, 유럽연합이 이를 거부하면서 공급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독일은 가스공급 비상사태 1단계인 '조기경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 이외 러시아·우크라이나 공급 비중이 높은 니켈을 비롯한 비철금속과 밀, 옥수수 등 곡물의 공급 차질 우려도 크다.  러시아 광산기업인 노르니켈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러시아 루살은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6%를 공급한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더라도, 주요국이 러시아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단계적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전환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적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면서 각종 원자재는 장기간 높은 가격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원유와 비철금속은 공급 차질로 타이트한 수급여건이 지속될 전망이며, 곡물도 이상기후로 주요 곡물생산국의 작황이 부진한 데다 비료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곡물 파종·경작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높은 가격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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